-경기변수 많아 공격행보 자제
-체력 떨어진 중소기업도 손사래
-국내 PEF도 투자 성과 부진으로 위축
-호실적 알짜 매물 위주로만 눈길[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국내 인수ㆍ합병(M&A) 시장이 1년새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한 것은 한계기업 구조조정, 국내외 경기 위축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의 M&A 동력이 약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M&A 시장의 한 축인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도 투자 성과 부진으로 잔뜩 움츠러들어 있는 데다 지난해 M&A 시장이 기대 이상의 호황을 맞아 '알짜' 매물이 소화되면서 올해 시장 규모가 급감한 것으로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7일 한 증권사 M&A 담당자는 "최근 M&A 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은 기업 구조조정, 경제 불확실성 등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시장에 나온 매물을 받아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선ㆍ해운업을 중심으로 정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라 대기업들조차 제 앞가림 하기에 바빠 M&A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미국, 유럽, 중국 등 글로벌 각국의 경제가 회복되지 못하거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 각종 대외 변수가 쏟아지고 있어 공격적인 M&A 행보에 나서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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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등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기업들도 향후 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대비해 현금을 꼭 쥐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방산, 석유화학을 비롯해 전자의 프린터사업 등 최근 몇년간 비주력 사업부와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했다. 최근 미국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기업인 '비브랩스'를 인수하긴 했지만 구글, 애플 등 다른 글로벌 기업과 견줘보면 기업 인수에는 소극적인 편이다.대기업도 몸을 사리는 상황에서 불경기 지속으로 체력이 떨어진 중견ㆍ중소기업들의 M&A 여력은 더 약화됐다.
한 증권사 M&A 담당자는 "웅진을 비롯해 과거에 적극적인 M&A를 추진했던 기업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무너진 경우가 적지 않다"며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리스크를 떠안고 M&A에 나서는 모험가 정신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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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은 지난 2007년 극동건설을 야심차게 인수했지만 극동건설이 무너지면서 결국 법정관리 절차를 밟았다. 이후 그룹 자체는 간신히 회생했지만 웅진코웨이를 비롯해 웅진식품, 웅진케미칼 등 주력 계열사들은 모두 매각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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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도 적극적인 M&A를 통해 급성장한 회사 중 하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태풍을 견뎌내지 못하고 난파했다.
국내 PEF의 소극적인 M&A 행보도 시장 위축을 가속화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PEF들이 M&A 시장에서 대기업의 빈틈을 메워줘야 하는데 그간의 투자 성과 부진으로 추가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연기금도 리스크가 큰 PEF 투자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실적이나 경영환경이 안정적인 '알짜' 매물 중심으로 인수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인수가 7조2000억원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M&A 거래로 기록된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도 이 중 하나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인기 매물은 몸값이 높아져 인수해도 향후 엑시트(exitㆍ투자회수)하기가 쉽지 않고, 그렇다고 실적이 좋지 않거나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기업을 인수할 수도 없다"며 M&A 환경이 전반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M&A 시장이 지나치게 호황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용린 실장은 "대기업간 빅딜도 있었지만 기업 지배구조 개편 등의 일회성 이슈가 많았던 만큼 올해 M&A 시장이 더 부진해 보이는 측면도 있다"며 "다만 비주력 부문 매각 등 대기업의 사업재편은 상시 진행돼 향후 M&A 시장의 주요 테마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M&A 시장이 하향 궤도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증권사 M&A 관계자는 "현금 보유량이 많은 기업들도 있지만 인수 여력이 있는 기업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얼어붙은 시장이 쉽게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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