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화(禍)를 키운건 정부지만 부실의 단초를 만든건 기업을 이끈 경영진이었다.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된 STX조선해양 역시 조선업 호황이 영원하리라 믿었던 강덕수 회장의 판단이 실패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강 회장은 2008년 더 큰 조선소를 짓겠다며 중국 댜롄에 2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그간 벌어들인 돈을 뛰어넘어 빚까지 지면서 사업을 확장했다. 수주만 잘되면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닥친 금융위기로 조선업황이 고꾸라지면서 투자는 실패로 돌아갔다. STX조선해양은 댜롄조선소를 제대로 가동 한 번 해보지 못한채 2013년 채권단 구조조정을 받게 됐다. 향후 경기에 대한 꼼꼼한 분석 없이 의욕만 앞섰던 경영진의 무능이 참사를 부른 것이다.
▲STX조선해양이 건조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당장의 성과에만 급급한 저가수주도 화근이 됐다. 경영진은 중국 조선사들과의 수주전에서 앞서기 위해 내부 견적 보다 낮은 가격에 선박을 수주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묵인 또는 지시했다. 단기자금 융통을 위해 낮은 가격에라도 일감을 확보하려 한 것이다. 저가 수주된 배들은 건조 과정에서 더 큰 비용지출로 돌아와 결국 제 살을 갉아먹었다.
경영진과 대주주는 회사 부실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하지만 뒤로 물러나있다. STX조선해야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회사가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전 보유한 주식을 모두 팔아 손실을 회피한 의혹을 받고 있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역시 사재 출연 요구에 침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를 위기로 내몰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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