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펀드 불완전판매로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힌 금융투자회사에 해당 투자가 아니었으면 얻었을 기대수익(일실이익)까지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고수익을 노린 기관투자자의 리스크 투자시 자기 책임에도 무게를 둔 만큼 신중한 투자가 요망된다.
삼성생명은 SK증권이 2008년 선박업체 퍼스트쉽핑의 선박 매수자금 조달을 위해 연 7.4% 이상의 예상수익률을 제시하며 조성한 펀드에 200억원을 투자했고, 산은자산운용은 운용사로 참가했다. 그러나 펀드 설정 과정에서 퍼스트쉽핑이 SK증권에 내민 서류는 가짜였고 이에 삼성생명은 이미 지급된 이익분배금 등을 제외한 나머지 손해 172억원을 배상하라며 2010년 4월 소송을 내 이듬해 초 일부 승소했다. 쌍방 모두 항소해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해당 펀드 청산금 지급 등으로 삼성생명은 청구액을 150억원으로 낮췄다.
삼성생명은 문제의 펀드 대신 다른 금융상품에 투자했더라면 얻었을 수익까지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1심과 달리 항소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해운업 불황으로 정상적인 선박펀드도 큰 손실을 내던 상황에서 안정적인 금융상품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할 수 없는 고위험 투자였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삼성생명은 고위험의 대가로 얻어지는 고수익, 또는 고위험이 실현돼 초래되는 과다한 원본손실의 양 극단 사이에 수익률이 있으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을 뿐, 투자로 인해 평균 운용수익률이나 정기예금이율 상당의 수익 내지 투자 포트폴리오를 통한 평균 수익률이 개별 투자에 그대로 적용되리라는 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리라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1심이 SK증권과 산은자산운용의 책임을 80%까지 인정한 것에 비해 항소심은 이를 60%로 제한하며 상대적으로 삼성생명의 책임을 무겁게 본 것도 배상액 감소의 원인이다. 재판부는 ▲전문적 지식과 투자경험을 갖춘 기관투자자로서 더욱 더 높은 주의를 기울이고 투자손실에 따른 책임을 부담해야하는 점 ▲삼성생명이 펀드 설정 전후 퍼스트쉽핑과 선박금융구조 설계 자문용역을 맺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
한편 재판부는 SK증권과 산은자산운용이 앞서 1심 패소 뒤 삼성생명에 지급한 가지급금 가운데 배상액에서 제외된 몫은 이자를 더해 돌려받도록 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