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국내 해운업계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 누적적자 행진과 빚더미 파고 속에 좌표를 잃고 휘청거리고 있다. 올해 항해를 지속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되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의 몰락은 외국선사와의 인수합병(M&A)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8.9%를 외국으로 넘긴다는 뜻이다. 물류비의 증가와 함께 국가기간산업이 통째로 외국인 손에 넘어가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는 셈이다. 각 해운업체들은 사활을 건 자금 수혈에 나섰으나 회생 가능성은 시계제로다.
지난 2월 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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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제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찾았다.그는 해운업계를 대표해 "해운업계는 고사 위기에 처했다"며 "신속인수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참고의견에 그쳤다.
정부는 해운산업의 위기를 심각하게 보지 않았다. 인수위는 박근혜 대통령이 선박 관련 금융기관 설립을 공약한 만큼 이를 통해 해운업의 자금 공백이 자연스럽게 채워지리라 낙관했다. 김 사장은 허탈한 마음을 감추고 돌아섰다.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
◇해운선사는 선박 푸어= 김 사장이 인수위에 요청한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는 말그대로 자금경색에 빠진 기업을 위한 제도다.
신속인수제는 정부가 지난 2001년 하이닉스, 현대건설 등 자금경색에 빠진 기업들을 위해 운영한 바 있다. 당시 산업은행은 기업이 만기를 맞은 회사채를 상환키 위해 사모사채를 발행하면 이를 매입했다. 이를 통해 기업은 만기된 채무를 상환할 수 있었다. 외환위기 후 자금경색에 빠진 기업들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고육지책인 셈이다.
현 해운업의 위기는 외환위기 그 이상이다.
먼저 해운업계의 올해 회사채 상환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한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SK해운 등 4대 해운업체의 회사채 잔액은 6조7600억원, 올해 상환해야할 회사채는 1조7554억원에 달한다.
해운업 1위업체인 한진해운은 6341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현대상선 4800억원, SK해운 2419억원 등이다.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STX팬오션도 3994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지난 22일 열린 현대상선 주총 현장. 이날 현대상선은 자금 확보를 위해 정관 개정에 나섰으나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는 이에 반대했다.
◇표대결까지 갈 수 밖에 없었던 현대상선= 지난 22일 현대상선 정기주주총회장은 말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현대상선은 정관을 변경, 우선주 4000만주 발행, 신주인수권,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제 3자 배정할 수 있도록 개정하려 했다.
올해 도래하는 회사채 4800억원 등 자금마련을 위한 고육책이었다. 앞서 현대상선은 지난 1월 DWT급 VLCC 1척을 2100만 달러에 매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15.2%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중공업이 반발했다. 주주가치가 떨어진다는 게 반발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