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오주연 기자]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대한민국 대표 호텔이 시위대에 점령당했다. 이 호텔이 자랑하던 파란 청기와에는 시위자들이 창 밖으로 뿌린 유인물로 뒤덮여 있었다. 4층 객실에는 현수막이 걸렸고, 시위대는 확성기로 삼성전자를 규탄하는 구호를 쏟아냈다.
농성 중인 시위대는 객실 안과 입구에 시너 등의 발화물질을 뿌리고 창 밖으로 뛰어내리겠다며 위협하는 등 과격한 시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확성기를 이용해 농성을 벌이다 보니 호텔 투숙객들의 불만도 늘고 있다.
총 14명의 시위대 중 현재 호텔을 점거하고 있는 사람들은 12명이다. 채권단측은 6일까지 호텔 객실을 예약한 상황이다. 예약과 상관없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호텔신라측은 14층 전 객실을 비롯해 시위대가 쓰고 있는 객실 위, 아래 방도 비웠다. 이들이 투숙하고 있는 14층 객실은 이규제큐티브 그랜드 디럭스룸이다. 하루 숙박에 40만~5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14층에는 총 25개의 객실이 있다. 위아래층까지 합치면 총 27개의 객실을 비워두고 있는 것이다. 대략 하루 손실 비용만 따져도 1000만원에 달한다.
시위가 계속되는 동안 호텔신라의 예약 창구에는 시끄럽다며 방을 옮겨달라는 투숙객을 비롯해 예약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냐는 문의가 이어졌다.
호텔 관계자는 "14층에 투숙하려고 했던 고객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다른 객실로 무료 업그레이드 변경해줬다"며 "영업손실보다 한국 대표 호텔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될까봐 그게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신라호텔을 점거한 시위대가 이 같이 과격한 양상을 보이자 삼성측도 강경대응에 나섰다. 불법 시위로 인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모두 묻겠다는 것이다. 삼성측은 지난 2004년 전 엔텍 경영진과 상호 합의한 합의서까지 공개했다. 합의서에는 이번 시위의 주요 인물중 하나인 여태순 전 엔텍 대표의 자필 서명과 관련 공증 서류까지 첨부돼 있다.
합의서에 따르면 엔텍측은 삼성전자로부터 4억5000만원의 배상금을 받고 상호합의했다.
여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당시 채권자 중 일부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삼성전자와 합의했기 때문에 이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삼성 관계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불법적인 시위와 협박에는 강경대응 할 것"이라며 "10년전에 다 끝난 문제를 갖고 200억원이라는 거금을 달라며 협박하는 것도 문제지만 아무 상관도 없는 호텔신라를 점거하고 불법적인 시위를 벌인데 대한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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