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글로벌 경기 불황이 확산되면서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대거 매물로 나와 인수·합병(M&A)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조선업계는 10억유로(미화 13억달러) 규모의 프랑스 엔지니어링 업체인 GTT 인수전 참여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GTT는 고부가가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화물창 시스템에 특화된 업체로 3대주주인 글로벌 발전업체 GDF수에즈와 프랑스 정유업체 토탈, 미국 사모펀드인 핼만 앤 프리드먼이 지분을 매각키로 하면서 벌어졌다.
GTT는 현재 대부분의 LNG선에 쓰이는 멤브레인형 LNG 화물창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로, 국내 조선업체들은 LNG선을 건조할 때마다 1000만달러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LNG선의 건조비가 2억달러인 점을 고려할 때 약 5% 가량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워낙 민감한 상황이라 아직 입장을 밝히고 있진 않지만 (빅3가) 여러 가지 방안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GTT의 원천기술이 향후 조선업계의 판도를 결정할 수도 있는 핵심 기술이라 최소한 중국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국내 업체들이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AE&E는 유럽의 대표적인 발전·플랜트 업체였으나 유럽 경기 위기로 경영난에 봉착해 지난해 11월부터 채권단 관리를 받으며 자회사 매각을 추진해왔으며, AE&E렌체스도 그중 하나다. 이 업체는 플랜트 기자재 및 엔지니어링 업체로 순환유동층 보일러, 탈황설비 등 친환경 발전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AE&E첸나이웍스를 인수한 직후부터 AE&E렌체스 인수를 위해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상반기에는 인도 플랜트 기자재 업체 바라트, 하반기에는 국내 굴지의 해양·플랜트 업체가 참여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영국 밥콕, 2009년 체코 스코다파워를 인수하면서 발전 플랜트 3대 핵심 기자재인 터빈·보일러·발전기 원천기술을 상당 부분 확보한 두산중공업은 순환유동층 보일러는 외국에 의존해왔으나 이번 인수로 두산밥콕의 미분탄 보일러 원천기술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
GTT와 AE&E처럼 드러나지는 않고 있으나 M&A 시장에는 유럽의 알짜기술 기업이 상당 수 새 주인 찾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들은 향후 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을 미칠 전망이라 한국 기업들도 상당수 입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M&A 담당 임원은 "불황으로 산업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는 현 시점이 M&A의 적기라고 보고 매물을 찾는 기업들이 많다"며 "이번 기회를 잘 살리면 향후 중장기 경기 회복기에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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