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그룹 최고 부자는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 주식 5577억원 보유

[아시아경제 정호창 기자]부품·소재 중견그룹인 일진그룹의 오너 일가 중 최고 부자는 누구일까. 창업주 허진규 회장이나 장남이자 지주사 최대주주인 허정석 일진홀딩스 대표를 떠올리기 쉽지만, 정답은 차남인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허재명 대표(사진)는 그룹 내 상장사 기준 5577억원(5일 종가 기준) 어치의 주식을 보유해, 아버지(1085억원)와 형(532억원)을 큰 차이로 압도하고 있다.한달 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주가가 승승장구한 덕분이다. 지난달 4일 공모가 1만5800원으로 코스피에 입성한 일진머티리얼즈는 현재 2만2000원대 중반에 거래되며 한달새 주가가 43% 급등했다. 상장일 종가 기준으로는 60%나 올랐다.

이 덕에 최대주주인 허 대표(지분율 62.8%, 2462만주)의 주식 평가액도 3890억원(공모가 기준)에서 5500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한달만에 1700억원 가까운 평가차익을 얻으며 5000억원대 주식거부 반열에 올라서게 된 것.

더욱 놀라운 것은 허 대표가 일진머티리얼즈 지분을 취득하기 위해 투자한 돈이 200억원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허 대표는 일진머트리얼즈 설립 이후 2000년까지 39억원을 출자해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형인 허정석 대표도 19억원을 투자해 2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허 대표는 이후 2004년 우선주 유상증자에 36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이어 2005년말 2대주주인 형의 지분 전부와 3대주주였던 일진전기의 보유주식 중 600만주를 인수했다. 당시 일진전기 보유주식의 매입단가는 주당 803원으로, 허정석 대표 지분도 같은 가격에 매입했다면 총 87억원을 추가 투자한 셈이다.

결국 허 대표가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취득에 투자한 금액은 총 162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형에게 조금 더 높은 매입단가를 지불했더라도 전체 투자금액은 200억원에 못 미친다. 이 돈이 10여년 만에 30배가 넘은 이익으로 돌아오는 대박을 터뜨린 것.

반면 허정석 대표는 현재까지 보유했다면 1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거둘 수 있었던 지분을 헐값에 넘겨 입맛이 쓰게 됐다. 허정석 대표는 장남으로서 지주사인 일진홀딩스 를 통해 일진전기 와 일진다이아몬드 등 7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주식평가액은 532억원에 그쳐 동생과 10배 차이가 나고 있다.

현재 허재명 대표의 주식평가액은 다른 직계가족의 주식평가액을 모두 합친 것 보다도 2배 이상 많다. 허 대표를 제외한 오너 일가의 5개 상장사(일진홀딩스·전기·다이아몬드·디스플레이·머트리얼즈) 보유지분 평가액은 1795억원으로 일진머트리얼즈 지분만 갖고 있는 허 대표 평가액의 1/3 수준이다.

허 대표 외에는 창업주 허진규 회장이 일진디스플레이 786억원, 일진홀딩스 279억원, 일진머트리얼즈 20억원 등 1085억원 어치의 주식을 보유해 가장 평가액이 높다. 다음으로 허정석 대표가 3위며 그 밖에 허 회장의 부인인 김향식 여사가 62억원, 장녀와 차녀인 세경·승은씨가 각각 38억원, 77억원 어치의 그룹 내 상장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정호창 기자 ho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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