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년전만 해도 제작비가 30억원을 간신히 넘었던 점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변화다. 마침 방영시기가 4분기다. 종편개국 시점과 맞물린다. 종편에 대비한 지상파 방송사의 과감한 투자로도 읽힌다. 이면에는 종합편성 채널 선정과 이로 인한 콘텐츠 가격의 상승과 관련 업체들의 비상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 7일 초록뱀미디어는 MBC와 시트콤 ‘하이킥3(가칭)’ 120편을 87억1000만원에 제작·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하이킥3’는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었던 하이킥 시리즈의 2번째 속편이다. 제작 계약 체결 소식만으로 방송가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초록뱀미디어 측은 오는 3,4월 출연자 캐스팅을 끝낸 뒤 가을께 이를 방영하겠다는 계획이다. 투자자들은 초록뱀미디어가 MBC와 맺은 계약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전편의 후광이 있다고 하지만 87억원이라는 금액은 의미가 크다. 단일 시트콤 사상 최대 규모이자 전편인 ‘지붕 뚫고 하이킥’ 120편의 계약금인 31억6000만원 대비 2.75배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또 초록뱀미디어 최근 매출액의 86.24%에 육박하는 액수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민드라마로 부상했던 '제빵왕 김탁구'를 제작한 삼화네트웍스도 70분 드라마 30편 제작에 32억원을 받았을 뿐이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계약 금액과 이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이날 초록뱀미디어의 주가는 3%이상 상승했다. 그 동안 드라마 제작사들은 통상 방송사와 불평등 계약을 체결해 왔다. 원가에도 못미치는 제작비를 받는 대신 협찬을 통해 모자라는 수익을 채웠다. 제때에 연기자와 스텝의 임금을 주지 못했던 것도 이같은 구조상의 문제가 컸다.
이번 계약과 관련 종편채널 개국이 확정되며 강화된 콘텐츠 업체들의 입지를 반영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신규종편채널들이 드라마나 예능 시장에 뛰어들면서 우량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자연히 우량 콘텐츠 및 판권을 보유한 업체나 이를 제작하는 외주 제작사들의 활동반경과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