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불황 건너는 방법은 장기운송계약

-한진해운·STX팬오션 등 안정적 수익 보장 10년 이상 물량 확대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해운 시황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적 해운사들이 장기물량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년 이상 단위로 계약되는 장기운송계약 물량은 수익성이 높지 않지만, 시황의 변화에 민감하지 않아 불황기에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꼽힌다. 또한 대형 화주들과의 유대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도 해운사들에는 큰 장점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 HMM , 팬오션 등 국적 해운사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체 벌크 화물 중 대형화주와의 장기운송계약, 전용선 물량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STX팬오션은 전체 물량의 30~35% 수준을 장기운송 계약에서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기 이후 체결한 발레, 피브리아와의 장기운송계약이 본격화 될 경우 이 비중은 50%에 육박하게 된다. 한진해운도 금융위기 이전까지 30% 수준이던 장기운송계약, 전용선 물량의 비중을 40%대로 늘렸다. 최근에는 한국남부발전과 연간 220만t 규모의 유연탄을 15년간 수송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현대상선 역시 벌크, 가스 등 각 부문에 걸쳐 장기운송계약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국적 해운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장기물량 확대에 나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직후부터다. 2008년 상반기까지는 시황 호조로 해상 운임이 높게 형성된 덕에 상대적으로 운임이 낮은 장기물량보다는 한두 달 단위의 단기, 1회 스폿 계약 등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해상 운임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장기화물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보통 해상운임이 운항원가와 상관없이 수급, 시황에 따라 형성되는 반면, 장기운송계약은 선가, 운항비 등을 고려해 산정하기 때문에 수익폭은 낮아도 기본 수익은 거둘 수 있다”며 “물론 시장, 유가, 용선료 변동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단기, 스폿 계약 위주로 진행하겠지만, 불안정성이 크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선박 발주 또한 장기화물 계약에 맞춰 이뤄지는 추세다. 지난해 벌크선 발주량이 가장 많았던 STX팬오션의 경우, 총 29척 중 28척이 장기운송계약에 따른 물량으로 파악됐다.
조슬기나 기자 seul@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