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고과도 노조 동의"…경영개입 논란으로 번진 삼성바이오 파업

4일 노동청 중재로 대화하지만
최종협상 아니라 선 긋는 노조
"결정권자 안나서면 사태 마무리 안돼"

노측 채용·인사 고과도 사전 동의 요구
경영 개입 논란까지…파업 장기화 우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의 전면 파업이 4일로 나흘째를 맞은 가운데, 노사 갈등이 임금 협상을 넘어 인사 및 경영권 개입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날 정부 중재로 노사 간 대화 자리가 마련될 예정이지만, 노조 측이 사측의 전향적인 수정안과 결정권자 참석을 강하게 요구하며 선을 긋고 있어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채용·고과도 노조 동의"…경영개입 논란으로 번진 삼성바이오 파업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는 이날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사업장에서 열리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중재 간담회를 앞두고 "이번 만남이 모든 상황을 종결하는 최종 협상이 될 수 없다"며 "사측이 실질적 수정안과 결정권 있는 책임자를 제시하지 않는 한 대화만으로 사태가 마무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노조 측에선 박재성 지부장이 참석하고 사측에선 상무급 실무진과 부장급 그룹장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사측의 구두 약속이나 권한 없는 대화만으로는 조합원을 설득할 수 없다"며 "진정한 해결을 위해서는 책임 있는 수정안과 문서화된 이행 약속이 필수적"이라고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노조의 강경한 태도는 기존 노사 교섭을 멈춰 세운 핵심 쟁점들과 맞물려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노조는 단체협약 요구안에 신규 채용, 인사 고과 기준 설정, 기업 인수합병 등 중대한 경영 사안을 결정할 때 사전에 노조의 동의를 거칠 것을 명시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경영진의 고유 권한이자 책임 영역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고 지적한다. 시장 변화가 빠르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바이오 위탁개발생산 산업에서 채용과 전략적 결정을 제한하는 것은 기업의 시장 대응력과 궁극적인 경쟁력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인사 및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을 보호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정당한 역할이지만, 채용이나 경영 전략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기업의 시장 대응력을 현저히 떨어뜨려 궁극적으로 조직 전체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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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과 복지 교섭에서도 양측의 시각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회사는 지불 여력을 고려해 기본급 6.2% 인상과 일시금 600만원 지급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기본급 14% 인상과 3000만원의 격려금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했다. 결국 갈등은 조업 중단으로 이어졌고, 노조가 당초 예고한 1일보다 앞선 지난달 28일 일부 공정에서 기습 파업에 돌입하면서 생산 현장은 즉각적인 타격을 받았다. 의약품 제조 공정의 핵심 중 하나인 소분 공정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체 생산 라인의 흐름에 연쇄적인 차질이 빚어졌다. 바이오 의약품의 특성상 엄격한 품질 관리와 납기 준수가 필수적인데, 하나의 공정이 멈추면 완제품 생산 일정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사측은 이번 일부 공정 파업으로 인해 발생한 금전적 손실 규모를 약 15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전면 파업을 진두지휘해야 할 노조위원장이 기습 파업 직후 해외여행을 떠난 사실이 알려지고, 지난달 30일 열린 노사정 간담회에서는 노조가 사측 교섭위원 전원 교체를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는 등 논란은 계속해서 가중되는 상황이다. 경영권 개입 요구와 수천억 원대 생산 차질, 그리고 양측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간담회 역시 노조의 완강한 입장으로 인해 당장 실질적인 합의에 이르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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