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중기벤처부 정동훈 기자
노동조합의 파업이 임박할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단어가 '전면 파업'이다. 수식어만 보면 직원 전원이 일손을 놓고 생산 라인을 멈춰 세우는 결연한 투쟁처럼 들린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목격되는 파업의 실상은 이른바 '뻥파업'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총파업의 깃발을 내걸고도 실제로는 '최대한 연차 사용'이나 '특근 거부' 수준에 머무는 식이다. 일부 집행부만 현장을 지키는 광경은 투쟁이라기보다 단체 휴가에 가깝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오는 22일부터 단체행동에 돌입한다. 노조는 대외적으로 생산 공정 중단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회사가 입을 수천억 원의 피해를 언급하며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공개된 파업 지침의 핵심은 5월 초 징검다리 연휴 기간에 맞춰 연차를 최대한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짜 파업' 형태의 단체행동이 반복되는 이유는 투쟁의 리스크는 피하면서 실익만 챙기겠다는 계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파업의 본질적 개념을 왜곡할 뿐 아니라 노사 관계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본래 파업은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벼랑 끝 전략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유례없는 임금 인상안을 쟁취하기 위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른 금전적 손실과 손해배상 위험까지 감내하는 결단이 전제돼야 한다. 자신이 입을 손해보다 상대에게 줄 타격이 클 때 비로소 협상력이 생기는 '총성 없는 전쟁'이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공정은 한 번 중단되면 전량 폐기로 이어지는 특수성이 있어, 파업은 단순한 업무 중단을 넘어 기업의 존립을 흔드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그러나 '단체 휴가' 방식의 쟁의는 투쟁의 진정성을 오염시킨다. 연차를 소진해 임금 삭감을 회피하려는 행태는 결국 '돈' 때문에 시작한 쟁의에서조차 '자신의 손해는 단 1원도 볼 수 없다'는 이기주의로 비치기 십상이다. 이는 회사와 여론에 노조가 임금 삭감을 감당할 만큼의 의지는 없다는 확신만 심어줄 뿐이다.
전술적 측면에서도 이러한 방식은 패배를 자초하는 길이다. 휴가라는 형식을 빌린 어설픈 엄포는 사측에 '시간만 지나면 복귀할 인원들'이라는 신호를 준다. 배수의 진을 치지 않은 투쟁에 사측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리 만무하다. 명분 없는 휴가 투쟁이 끝난 뒤 빈손으로 복귀하게 되면, 향후 단행될 2차 파업에 동력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노조는 이제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파업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을 감당할 준비가 됐는지, 그리고 지금 쥐고 있는 총에 장전된 것이 실탄인지 아니면 소리만 큰 공포탄인지 말이다. 당장의 성과급과 연차 수당을 지키려는 욕심으로 파업이라는 최후의 보루를 가볍게 소모하는 행위는 결국 노조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깎아먹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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