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조정관계법 2·3조 개정법률) 시행을 맞아 하청 노동자들의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가 잇따르면서 정보기술(IT) 업계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네이버( NAVER ), NHN, 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 기업 노조는 임금 격차 해소와 직원 고용 문제를 둘러싼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반면 사측은 영업적자가 지속된 사업장 정리는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맞서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오는 12일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카카오에서 반복되는 고용불안 문제에 대해 실질 사용자 책임을 요구할 계획이다.
카카오지회 박성의 수석부지회장은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모회사의 업무를 분리해 100%의 지분을 갖는 운영자회사에 대한 업무계약을 종료하면서 고용불안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면서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고용안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용자는 경영상 판단을 내릴 때 그 결정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개정된 노조법의 취지에 어긋난 행위"라고 말했다.
카카오의 100% 자회사 디케이테크인은 지난해 11월 카카오와의 품질관리(QA) 계약 종료를 이유로 소속 조합원들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디케이테크인이 40명에 달하는 직원의 고용불안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고, 카카오는 이 상황에 전혀 개입하지 않은 채 계약 종료 시점이 지나도록 대응하지 않았다는 카카오지회 측 입장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아직 교섭 요구를 받지 않았다"면서 "사용자성 판단에 대한 법적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NHN에서는 자회사 NHN에듀의 영업적자가 지속되면서 알림장 서비스 '아이엠스쿨'을 종료했으며, 직원 고용 안정 문제를 두고 노사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모회사 측은 영업적자가 누적된 서비스를 정리하는 것은 기업의 경영 판단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NHN 관계자는 "NHN에듀는 누적된 영업적자와 교육 플랫폼 시장의 성장 한계로 서비스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면서 "인력조정 과정에서 구성원과 소통하며 정해진 법규와 규정을 철저히 준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IT업계에서는 노란봉투법 본격 시행으로 '실질적 지배'책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본격 확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플랫폼 업계 특성상 기술 변화가 빠르고, 사업 구조 개편이 잦은 상황에서 직원 고용 안정 문제 등이 향후 지속적으로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이 규정한 '실질 사용자 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해석 차이가 분분하다 보니 갈등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개정노조법의 시행으로 하청 노동자들에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면서 IT대기업들의 통합 교섭 구조 구축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라면서 "다만 회사 경영상 판단에 따른 인력 문제까지 모두 모회사가 책임져야 한다면 노사 관리 부담뿐만 아니라 법적 리스크 등이 증가해 경영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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