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가 '반도체 위기론'을 해결하기 위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 인력을 메모리로 대거 이동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등 위기가 심화되자 '핵심 사업인 메모리부터 살리자'는 판단이 설득력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제한적인 반도체 인력풀을 최대한 활용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제품뿐 아니라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등 범용 제품의 경쟁력 확대에 사활을 걸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그동안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위해 끌어들였던 인력을 메모리사업부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파운드리 수주 성과가 저조해 적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자 메모리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는 평가다.
이런 움직임은 파운드리 투자 속도 조절과 무관치 않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기로 한 신규 파운드리 공장의 팹 설비 발주 등을 올 하반기부터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일정 지연 등의 영향으로 내년 초로 미뤘다. 현재 테일러시에 파견된 인력들은 국내로 복귀한 상태다. 또 평택 P2, P3 등 파운드리 공장의 라인 가동을 일부 중단해 메모리 사업 투입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파운드리는 대만 TSMC에 절대적으로 밀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파운드리에서만 5000억원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부문 전 세계 매출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TSMC가 59%, 삼성은 10%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그 격차가 더 벌어져 TSMC의 점유율이 62%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시간) 새로운 인공지능(AI) 칩을 선보이면서 "TSMC 외에 다른 제조업체를 이용할 계획이 없다"며 삼성 파운드리 선택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연구소 내 메모리 개발 인력도 사업부로 전진 배치했다. 반도체연구소에 있는 D램·낸드플래시를 비롯한 메모리 칩 연구개발 부문을 사업부내 개발실 산하로 이동한 상태다. 이는 HBM 선두 탈환 전략과도 연결돼 있다. 메모리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개발과 생산간 밀접한 협업이 절실하다는 게 회사 수뇌부의 판단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부를 대상으로 경영진단을 진행하며 제품 경쟁력이 떨어진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찾고 있다. 내년 이후 적용할 10나노미터(㎚)급 6세대(D1c) D램 공정 기술도 검토하고 있다.
다음 달엔 인사 발표와 조직개편도 단행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일반적으로 12월 초 인사를 발표했지만 이번엔 인사 시기를 앞당기고 교체 폭도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은 최근 사과문에서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끄는 경영진에게 있다"며 수뇌부를 향한 책임론을 거론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과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2020년 12월 각 사업부장으로 선임된 후 올해로 4년 차를 맞았다.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은 올해 3년 차다.
임원을 상당폭 줄이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DS 부문 임원은 지난 2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438명으로 전체 임원(1164명)의 38% 수준이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199명)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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