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KT 노동자 1300여명이 2015년 회사에 도입된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완전 패소했다.
지난달 26일 대법원이 정년을 앞둔 노동자의 '나이'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깎은 것은 잘못이라는 판례를 내놓은 가운데, 이번 판결은 KT가 임금피크제뿐만 아니라 '정년 연장' 등 보상 조치를 함께 도입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이기선 부장판사)는 KT 전·현직 직원 130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소송 1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정년 연장과 연계해 임금피크제가 실시된 사안이므로,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한 가장 중요한 보상에 해당한다"며 "업무량 등과 관련, 명시적인 저감 조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 차별에 해당한다고 쉽사리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실시 경위를 비교해 봐도, 임금 총액 측면에서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임금이 지급됐다"고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한 임금피크제 도입 과정에서 당시 노조위원장이 노조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노사합의가 무효가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임금체계 개편 의무는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조의 의무이기도 하다. 이는 법에도 명시된 해석을 통해 나오는 결론"이라며 "당시 KT의 경영 상황과 함께, 노조위원장이 이후 재선출 된 점, 노사가 6차례 상생 협의를 열어 임금피크제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협의한 점, 임금 삭감률에 대해 노조가 회사로부터 일부 양보를 얻어낸 사정도 있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정년 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은 전체적이고 종합적으로 봐야 하고, 이를 별도로 분리해 볼 수 없다"며 "2014년 당시 KT의 영업손실은 7194억원, 당기순손실은 1조1419억원이었다"며 이 같은 경영 사정 등을 이유로 당시 KT는 고령자고용법 제정에 따른 정년 연장에 대응해 임금피크제를 실시할 절박한 필요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앞서 KT는 지난 2015년 3월 노사 합의를 통해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만 56세부터 매년 10%씩 임금을 깎는 방식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년 60세가 법제화된 이듬해 1월부터 임금피크제가 시행됐다.
하지만 KT 노동자들은 밀실에서 체결된 임금피크제 탓에 임금이 10~40% 강제로 삭감됐다며, 제도 시행으로 깎인 급여를 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 측은 반면 제도 도입과 정년 연장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오히려 혜택을 받았다고 맞섰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을 이유로 임금을 깎는 '정년보장형(유지형) 임금피크제' 방식은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을 냈다. 대법원 판결의 피고였던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은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기존 정년을 늘리지도 않았으며, 임금피크제로 임금을 삭감한 55세 이상 직원들의 업무 내용이 변경되거나 목표 수준이 낮게 설정돼 업무량이 감소하지도 않았다는 게 판단 근거였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모든 임금피크제가 무효인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임금피크제 유효성을 판단할 기준들로 ▲도입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 ▲실질적 임금 삭감의 폭이나 기간 ▲대상(보전) 조치의 적정성 ▲감액된 재원이 도입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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