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국인 반도체株 싹쓸이…삼성전자·SK하이닉스만 담았다

4거래일간 1조3664억 순매수
연일 52주 신고가 갈아치워
순매수 기조 시총 대형주 집중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협상 합의 이후 시장의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외환시장도 안정을 되찾으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 연말 코스피가 2250선 근처까지 오를 가능성을 활짝 열어뒀다. 최근 코스피를 끌어올리는 가장 큰 주축은 반도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월 외국인 투자자는 21거래일에 이르는 기록적인 순매도 행진 후 이달 12일부터 본격적으로 투자 포지션을 '사자'로 돌렸다. 최근 4거래일간 1조3984억원을 순매수한 외국인은 특히 반도체 두 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 기간동안 순매수 금액 중 삼성전자가 9254억원, SK하이닉스가 4410억원으로 두 종목만 1조3664억원에 이른다. 전체 순매수액의 97.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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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매수 종목 3위부터는 규모가 크게 차이가 났다. 삼성전기, 네이버, 포스코 등 대형주와 연말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히는 하나금융지주, KB금융 등을 사들였지만 순매수 규모는 3위인 삼성전기 가 726억원에 불과하다. 네이버(437억원), 포스코(362억원), 하나금융지주 (251억원), KB금융 (196억원)의 순매수 금액(1972억원)을 다 합쳐도 SK하이닉스 순매수 금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잔뜩 돈다발을 들고 왔지만, 반도체 주도주에만 자금이 몰린 셈이다.

이 같은 외국인의 편식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일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달 4일 4만9450원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17일 종가 기준 5만6700원으로 9거래일 만에 14.7% 올랐다. 이날 오전 장중에는 5만7200원을 기록해 전일에 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주가가 7만7700원에서 9만2800원으로 19.4% 급등했다. 이날 오전 장중 9만4500원까지 치솟으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이후 차익매물이 나오면서 오전 10시10분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전일대비 0.71%, 0.32% 하락한 5만6300원, 9만2500원에서 거래됐다.


그러나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가 시총 대형주에 집중하는 분위기는 여전히 이어졌다. 같은 시간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900억원에 달하는데 대형주가 887억원에 달한다. 시총 중형주는 46억원을 담았을 뿐이며 시총 소형주에 속하는 종목은 오히려 19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증권업계에서는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개선, 증시 모멘텀 강화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내년 반도체 업황개선과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수요 등이 유입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를 주축으로 한 반도체업종의 주가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연일 강세에 역사적 고점을 넘을 것인가, 이에 상응하는 이익과 펀더멘털 동력을 보유하고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익 레벨이 2017년과 지난해 수준에 못 미칠 수 있지만 이익 모멘텀은 2017년보다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고점은 작년 3분기였고, 영업이익 모멘텀(전년대비 증가율) 정점은 2017년 4분기였는데 주가는 2017년 11월초가 가장 높았다. 이 연구원은 "주가 반응은 이익의 레벨보다 모멘텀에 더 민감하다"며 반도체 업종의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쪽으로만 쏠려있는 수급은 코스피 지수 상승에 제한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반도체 업종을 제외하면 순매수한 업종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반도체 순매수 기조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외국인 수급이 긍정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달 들어 코스피가 5% 넘게 상승해 다른 국가에 비해 상승폭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향후 차익 매물 출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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