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업계 최초 1000억 규모 자사주 소각… 은행株 저평가 해소 힘 실리나

배당 외 주주환원정책 추가
은행주 전반 투자심리 개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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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KB금융 지주가 국내 은행지주사로는 최초로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배당 외 주주환원정책 수단이 추가된 셈인데, 향후 다른 은행지주의 자사주 취득과 소각의 신호탄으로 작용해 은행주 전반의 저평가 해소와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KB금융 은 전 거래일 대비 0.75%(350원) 오른 4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올해 하반기 이후 최고가로 KB금융의 주가는 지난 8월 중순 연중 최저가(3만8250원)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8월 저점 이후 전 거래일까지 종가 기준 22.9% 올랐고, 지난달 이후 12.0%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약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230만3617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소각 대상인 자사주는 KB금융지주가 보유한 2848만주의 일부로 총 발행주식 수의 0.55% 수준이다. 소각 예정일은 오는 12일이다. KB금융지주는 2016년 업계 최초로 자사주를 매입한 이후 총 네 차례에 걸쳐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이번 자사주 소각 결정에도 KB금융의 자본비율에는 큰 변화가 없다. 지난 9월 말 기준 KB금융의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은 14.9%,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4.4%로 여전히 국내 금융지주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KB금융 측은 "자본비율 산출 시 보유 중인 자사주는 이미 자기자본에서 차감하고 있는 만큼 이번 자사주 소각이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자사주 소각 결정은 KB금융은 물론 은행주 전반의 저평가를 해소하고 투자심리를 개선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은행지주들은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었다. 국내 은행지주의 평균 주주환원율(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비중)은 30%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이는 주식시장에서 은행주의 투자매력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해왔다. 미국 금융회사(90~100%)는 물론 호주ㆍ대만(60∼70%) 등에 비해서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지주의 자사주 매입도 주주환원정책으로 여겨지기보다는 주가 방어를 위한 일시적인 수급 호재나 자회사의 추가 지분확보용으로 평가 절하되는 등 그 의미와 효과가 퇴색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업종 대표주의 자사주 소각 결정은 은행주의 투자심리를 환기시키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재평가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평가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은행주는 이익의 질이 높아졌음에도 밸류에이션이 금융위기 때보다 낮은 역사적 최저점을 기록하는 등 주가상승이 쉽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주가상승의 트리거는 배당이 유일했는데 최상위 금융지주가 전향적인 배당정책을 내놓으면서 은행주 전체의 투자심리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도 "은행업 자체가 국제자본비율 규제에 따라 상대적으로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어 배당 가능한 자본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음에도 배당성향 확대나 자사주 소각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 내린 자사주 소각 결정은 규제산업으로서 디스카운트 요인을 일부 해소할 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사주 소각은 일반적으로 주가에 호재로 여겨진다. 소각된 물량 만큼 유통주식 수가 줄어 주주들의 지분율이 상승하고 미래에 배당금이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이익잉여금이 자사주 매입에 사용되지만 그 결과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상승한다. 자사주 소각은 대부분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이익소각'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발행주식 수는 줄지만 자본금은 감소하지 않는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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