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사' 美델타항공…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무게중심 기우나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무게중심이 기울고 있다. 재계에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델타항공이란 '백기사'를 확보, 사모펀드(PEF) KCGI와의 지분경쟁에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델타항공은 20일(현지시각) 오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델타항공은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 KCGI에 이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투자에 대해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의 합작을 통해 태평양 횡단 노선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비전을 갖추고 있다"면서 "이번 투자는 양사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및 재계에선 지난 수 십 년간 대한항공과 함께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창설, 아시아ㆍ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JV) 사업 등을 추진 해 온 이력을 감안하면 델타항공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조 회장 측의 우군으로 나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델타항공의 이번투자가 대한항공에 대한 직접투자가 아닌 지주회사 지분투자라는 점은 특이한 부분"이라며 "델타항공의 지분이 한진그룹 측의 우호지분이란 해석이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JV 사업으로 아ㆍ태 노선에서 적잖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델타항공으로선 대한항공의 경영권 분쟁이 달갑지 않았으리란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JV 파트너사인 대한항공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 등 한진가(家)가 KCGI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28.93%)의 지분에 델타항공(4.3%)의 지분을 더하면 지분율이 33.23%로 상승하게 된다. KCGI의 지분율은 15.98%에 불과하다.

또 델타항공이 공언한 대로 항공당국의 승인을 얻어 지분율을 10%까지 확대하게 될 경우, 조 회장 측의 지분은 38.93%로 40%에 근접하게 된다. KCGI 측으로선 경영권과 더욱 멀어지게 되는 셈이다.


업계 일각에선 향후에도 조 회장 측이 추가적인 우호지분 확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상으론 유럽연합(EU) 에어버스와 미국 보잉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대한항공은 지난 1970년대 A300을 구매ㆍ운용, 에어버스의 판로를 열어준 전력이 있다. 또 최근엔 'B737 맥스 8 기종 추락사고'의 여파로 파리에어쇼에서 수주 '0'을 기록한 보잉으로부터 30기의 항공기를 도입, 수주난에 숨통을 틔워주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선 향후 여론전이 경영권의 향배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한진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의 우호지분 확보는 사실상 예견됐던 수순"이라며 "앞으로도 한진가는 우호지분 확보를, KCGI 측은 여론전을 통한 우호세력 확보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