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8조 다음카카오의 인사 실험, 30대 임지훈 대표 등용

임지훈 케이큐브 대표 다음카카오 신임대표로 내정
'가볍고 빠른 조직'으로 개편…모바일·글로벌화·화학적 결합 이뤄내야


임지훈 다음카카오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

임지훈 다음카카오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35ㆍ사진)가 시가총액 8조원의 카카오 신임 대표에 내정됐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은 다음카카오를 모바일 시대에 발맞춰 더 가볍고 빠른 조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이 같은 실험을 감행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지만 시장에선 젊은 대표이사에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임 내정자와 김 의장과의 만남은 2010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이스트(KAIST)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임 내정자는 2005년부터 2년간 NHN 기획실에 근무했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를 거쳐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수석심사역을 지냈다. 수석심사역으로 근무하던 당시 김 의장과 만났다. 임 심사역은 카카오톡 출시 이후 투자를 제안하기 위해 김 의장을 찾았지만 당시 투자는 성사되지 못했다.

두 사람의 재회는 1년 뒤에 이뤄졌다. 로티플 매각 협상테이블에서다. 당시 카카오는 소프트뱅크벤처스가 투자했던 소셜커머스 업체 로티플을 인수했다. 이후 김 의장은 케이큐브벤처스라는 투자회사를 설립했고, 그 대표로 눈여겨봤던 임 내정자를 지목했다.

김 의장의 눈은 정확했다. 임 내정자는 '사람'에 투자하는 투자자였고,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임 내정자는 50여곳의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수십 배 가치가 오른 기업을 다수 배출했다.

인수합병(M&A)에 남다른 눈을 가진 인사를 대표에 앉혔다는 점에서 시장에선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반면 일각에선 서비스 개발이나 운영을 해 본 경험이 전혀 없는 인사의 대표이사 등용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임 내정자에게 주어진 과제 중 가장 다급한 것은 다음카카오의 체질 개선. 가볍고 빠른 조직으로 재편하는 동시에 모바일ㆍ글로벌화도 이뤄내야 한다. 다음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급성장했지만 해외이용자가 많지 않은 내수기업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임 내정자는 "다음카카오를 대한민국 모바일 기업에서 나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모바일 리딩 기업으로 이끌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PC 기반ㆍ중복 서비스 정리 작업과 동시에 '화학적 결합'도 해결해야 한다. 내부에서 서비스 정리를 두고 반대 목소리가 높지만 '모바일 기업'으로 혁신하기 위해서는 사업 재편은 필연적인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이나 카카오 소속이 아닌 새로운 대표가 영입된 것은 조직 내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조직 내에서 개발자 출신이 줄어들고 컨설턴트 출신들이 늘어나는 점은 다소 우려되지만 다음카카오가 사용자를 이해하고 감동시키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