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공포 언제까지…내수 '악몽의 한달'

11일 정오께 찾은 롯데면세점 소공점. 매장이 전체적으로 한산하다.

11일 정오께 찾은 롯데면세점 소공점. 매장이 전체적으로 한산하다.


메르스 발생후 백화점·대형마트 매출 5~8%대 하락
요우커 발길 끊긴 특급호텔·면세점 40%까지 떨어져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확산으로 한국 내수시장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소비의 핵심이었던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은 발길을 끊었고 내국인마저 외출을 자제하면서 자영업자를 비롯 서비스업종의 매출은 속수무책으로 꺾이는 추세다. 지난달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한달만의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메르스 사태가 장기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대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 대목을 앞두고 진정세에 접어들지 않을 경우 서민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전체 매출(기존점)이 전년동기대비 5.3% 역신장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 은 5.4% 떨어졌고 신세계 는 8.0%나 급감했다. 대형마트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마트 는 1일부터 16일까지 전년 같은 기간보다 -8.8%를 기록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각각 -6.1%, -7.8%로 뒷걸음질쳤다.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들로 인해 수혜가 예상됐던 홈쇼핑 역시 급격한 매출 감소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CJ ENM 은 1~14일까지 -16.0%, GS샵은 -14%를 기록 중이다. 메르스 공포로 인해 6월 주력상품인 여행, 휴가준비용품 등의 판매가 꺾인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관광객에 의지했던 면세점, 호텔, 명동 화장품숍들의 타격은 더욱 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한국 방문을 취소한 관광객은 9만5300명에 달한다. 특히 이 중 70~80%는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롯데, 조선 등 특급호텔들은 이달들어 30~40% 매출이 감소했다.

중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던 면세점은 손님이 끊긴 지 오래다. 롯데 공항면세점의 지난주 매출은 전년대비 20% 줄었고 시내면세점은 30%나 떨어졌다. 워커힐면세점도 전월대비 40% 가까이 급감했다. 외국인 관광객 쇼핑 1번지인 명동의 화장품숍들도 최대 70~80%까지 매출이 줄어든 상태다. 한 브랜드숍 매장 직원은 "최근 들어 중국인 관련 매출이 70%는 줄어든 것 같다"면서 "메르스가 해결될 때까지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는 상황으로 장기화된다면 명동 매장들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소비심리가 급격히 꺾이자 한국금융연구원은 메르스에 따른 영향 등을 이유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국내 정부 기관 및 주요 연구기관 중 올해 2%대 성장률 전망을 내놓은 것은 처음으로 지난해 10월에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7%로 예측했었다.

더 큰 문제는 메르스 사태가 장기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청 설문 결과 지난해 세월호 사고와 비교해 메르스가 국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다'라는 응답이 절반 이상(50.4%)을 차지했다. 반면 영향이 더 작을 것이라는 의견은 15.4%에 불과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메르스 확산이 작년 세월호 사태와 비교되지만, 경제에 미치는 실질적 파급력은 메르스가 더 클 가능성이 높다"며 "간신히 살아나던 내수 회복의 불씨가 다시 꺼질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큰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메르스 확산 여부에 따라 소비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결정될 것이지만, 일단 훼손된 소비심리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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