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그리스의 디폴트 우려로 증시가 급락하던 지난 18일. 개인투자자 김소형씨(가명)는 모니터 앞에서 줄 담배를 피웠다. 잘 나가던 대형주들이야 그간 많이 올랐으니 떨어진다지만 자신이 선호하는 코스닥 중소형주들이 더 크게 떨어지는 것을 보니 울화가 치밀었다. 챠트와 재료를 보고 투자하는 김씨 입장에서 코스닥 중소형주들은 그간 많이 빠졌기 때문에 충분히 저가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했던 터였다.
하지만 시장의 움직임은 달랐다. 코스피지수가 62.78포인트(3.40%)나 떨어지며 6개월만에 1800선이 무너지는 사이 코스닥지수는 4.15%나 폭락하며 8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18일 코스닥지수는 448.68에 불과하다. 12년전인 2000년 3월의 최고점이었던 2925.50의 1/6에도 미치지 못한다. 거품이 붕괴된 후 다시는 보지 못할 지수라는 자조는 기정사실이 돼 버린 셈이다.
삼성전자 한 곳만 시총 200조원을 돌파하고, 현대차가 50조원을 넘고 있는데 반해 코스닥 전체 시총은 여전히 100조원 안팎이다. 시총 1조원을 넘는 기업이 7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중 한곳은 정치테마를 등에 업은 안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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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지난해 순이익은 112억원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무려 100배 수준인 셈이다. "코스닥에는 정치테마밖에 안 보인다"는 우스갯 소리를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이유다. 문제는 실적을 보면 이같은 차이가 설명이 된다는 점이다. 코스닥 12월 결산법인의 1분기 영업이익은 1조367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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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회사가 기록한 5조8504억원의 1/4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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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1분기 영업이익도 2조2826억원이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코스닥 기업들의 상장폐지 소식은 투자자들을 더욱 위축시킨다. 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된 기업은 20개인데 반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최근 부도난 풍림산업 한곳만 퇴출됐다. 한때 저평가 가치주로 평가받던 중국기업들을 비롯해 시가총액 몇천억원짜리 회사가 퇴출되는 곳이 코스닥시장이다.
'코스닥=2부시장'이라는 인식을 넘어 '코스닥 무용론'까지 나오는 것을 탓하기 앞서 이젠 코스닥기업들이 실적을 보여야 할 때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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