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K뷰티 신화’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 시장을 딛고 급성장했던 K뷰티 위상이 ‘C뷰티’를 내세운 중국 화장품기업들의 공세에 흔들리고 있는 것. 지난달 한국 화장품 수출이 중국 수출 부진에 20개월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전환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22일 관세청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화장품 수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영향이 있었던 2017년 4월 이후 20개월만에 첫 마이너스다. 최대 수출 비중을 자랑하는 중화권 수출 감소(14%)의 영향이 컸다. 미국과 일본이 각각 11%, 7% 증가한 반면 중국과 홍콩은 6%, 29% 감소했다.
중국 화장품 수출은 1월부터 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50%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11월에도 2% 증가했다가 12월 6% 감소하며 급격하게 추세 전환했다. 특별한 계절적 부진 요인이 없는 12월 실적으로는 이례적인 감소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국내 화장품업계가 주목해야 할 점은 한국의 중국 화장품 수출 둔화와 중국의 화장품 수입 둔화가 동반 관찰된다는 점이다. 12월 중국의 화장품 수입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결국 중국 내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 약화 가능성이 이유로 거론된다.
특히 상하이샹메이의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원리프(One-Leaf)는 같은 콘셉트의 중국 이니스프리 매출을 넘어섰고, 상하이바이췌링의 대표 브랜드 바이췌링은 광군제 화장품 부문에서 4년 연속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기초 화장품 부문에서도 활약이 두드러진다. 유로모니터 기준 기준 중국 기초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7년에 전년 대비 10.3% 증가한 1867억 위안(30.9조원) 수준으로 늘어났으며, 이는 중국 전체 화장품 시장 규모의 51.6%에 달하는 수치다. 전체 화장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존재할 수 있으나 제품 다양화 및 세분화를 통해 6%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주목할 점은 기초 화장품 시장 점유율 상위 10위에 상하이샹메이·상하이바이췌링·자라·상해가화 등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전문가들도 중국 화장품 기업의 성장이 한국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과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의 성공에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가진 중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C뷰티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자국에서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다”라며 “아직은 브랜드 인지도가 낮지만 해외에서도 일부 중국 화장품 브랜드 팬덤이 형성될 정도”라고 말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브랜드는 과감한 투자와 인수합병, 유통채널 장악 등을 통해 시장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마스크팩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12월 중국 마스크팩 수출은 14.3% 감소했고 홍콩은 70.3% 급감했다. 중국 현지 마스크팩 업체의 중저가 제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 선호 증가가 그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