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 택한 최신원, SK 계열분리設 없앴다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SK그룹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텔레시스는 유상증자 및 증여를 통해 최신원 SKC 회장의 지분율이 종전 17.30%에서 4.16%로 낮아진다고 전날 공시했다. 그간 SK그룹은 SK 가 보유한 지분 42.3%를 통해 SKC 를, SKC가 보유한 SK텔레시스 지분 50.64%를 통해 두 회사를 지배해 왔다.

최 회장은 작년 말 기준 SKC 지분율 1.82%, SK텔레시스 지분율 17.30%로 그룹 내 계열사를 제외하고 단일 주주로는 두 회사 최대 지분을 보유했다. 이에 두 회사는 사실상 최 회장이 독자경영해온 것으로 인식됐다. 최 회장은 SK그룹 창업주 고(故) 최종건 회장의 차남으로 고(故) 최종현 2대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회장과는 사촌 지간이다.

그러나 최 회장은 16일 보유 SK텔레시스 지분 1300만주(65억원 상당)를 회사에 증여해 지분율을 3.03%까지 낮췄다. 유상증자 참여로 41억8500만원을 출자했지만 최종 지분율은 4.16%에 불과하다. SK텔레시스는 지난해 126억 영업손실을 기록해 운영자금 조달이 절실한 상황에서 88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지난달 SKC 등기이사직과 대표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난 최 회장은 올 들어 이달 초까지 보유 SKC 주식 7만주를 처분해 24억5500만원을 확보했다. 지난해 급여 23억원과 상여금 24억원 등 총보수 47억원을 감안하면 출자 규모는 그간 회사 경영 및 지분 보유를 통해 얻은 수익을 회사에 도로 채워넣는 모양새다. 최 회장의 SKC 지분율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1.62%까지 줄었다.

최 회장이 직위와 지분 모두 내려놓는 만큼 사실상 계열분리 가능성은 사라진 셈이다. 최 회장의 매제 박장석 SKC 부회장도 올해 SKC 등기임원을 사임하고 보유하던 SK텔레시스 지분(50만주, 0.55%)을 모두 정리했다.

반면 SK그룹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진다. SK가 최대주주(지분율 42.3%)인 SKC는 이번 유상증자에 700억원을 출자해 SK텔레시스 지분율을 50.64%에서 69.64%까지 확대하게 된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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