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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다이소 매장. 바람막이 점퍼가 걸린 행거 앞에서 한 고객이 원단이 만져보거나 지퍼를 올렸다 내리며 꼼꼼하게 살펴보며 이같이 물었다. 다이소 직원이 "맞다"고 확인하자 40대 여성 고객은 망설임 없이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는 "얇고 가볍고 바람을 막아주는 기능까지 비슷하다"면서 "다른 브랜드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일부 사이즈는 이미 품절이었다.
다이소가 선보인 5000원짜리 바람막이 점퍼가 의류 시장 가격을 흔들고 있다. 초저가 상품을 넘어 가격을 설계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다이소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28일까지 바람막이 매출은 전달 대비 160% 증가했다. 의류 카테고리 전체 성장세도 가파르다. 올해 1월 의류 용품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80%, 2월은 약 140% 늘며 두 달 연속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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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구조 역시 다르다. SPA 브랜드는 디자인 개발비와 마케팅 비용, 대형 매장 운영비, 재고 리스크 등을 가격에 반영한다. 이로 인해 바람막이 가격이 10만원을 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이소는 디자인 요소를 최소화한 기본형 제품에 집중한다. 별도 마케팅 비용을 거의 쓰지 않고, 자체 유통망을 활용해 중간 유통 비용을 줄인다. 가격 경쟁력을 구조적으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상품 운영 방식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SPA 브랜드는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 사이즈를 운영하는 반면 다이소는 품목 수(SKU)를 제한해 동일 상품을 대량 생산한다. 마진율은 낮지만 회전율로 이를 보완하는 전형적인 '박리다매' 모델이다. 개별 상품이 아닌 전체 상품군 단위로 수익을 관리하는 구조도 특징이다. 특정 제품의 마진이 낮더라도 다른 상품군에서 이를 보완하는 것이다.
가장 큰 차이는 상품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패션 기업이 의류를 브랜드와 디자인 중심의 제품으로 인식하는데 반해 다이소는 이를 기능 중심의 생활용품에 가깝게 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같은 바람막이라도 원가를 설계하는 기준 자체가 다르다"며 "다이소는 의류를 하나의 소모성 상품처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모델은 뷰티 사업에서 이미 검증됐다. 다이소는 초저가 화장품을 앞세워 2024년 말 60여개 브랜드, 500여종이던 상품군을 지난해 말 150여개 브랜드, 1400여종으로 확대했다. 뷰티 매출은 2024년 144%, 2025년 70% 증가했다. 의류 사업 역시 외형을 키우고 있다. 2022년 100여종 수준이던 의류 상품은 지난해 말 약 700여종으로 늘었고, 현재도 600종 이상이 판매되고 있다. 매출 증가율은 2023년 약 160%, 2024년 34%, 지난해 70%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초저가 모델이 자리 잡으면 기본 의류는 더 브랜드로 경쟁하기 어려운 영역이 될 수 있다"며 "중저가 브랜드의 입지가 먼저 흔들리고, 업체들도 기능형과 프리미엄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