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세계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 시장에서 김밥·떡볶이·용기면 등 한국식품이 주목을 받고있다. 현지 입맛에 맞춘 제품이 아닌, 전통 한식의 맛과 조리법을 그대로 살린 제품들이 인기다. 냉동 김밥과 삼계탕 등은 '건강한 한 끼'라는 인식 속에 현지 대형 유통망에 입점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까르보 불닭과 로제 떡볶이 등 매운맛 제품도 해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29일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HMR 시장 규모는 1339억 달러(약 180조원)로 추산된다. 2033년에는 2894억 달러(약 39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11.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간편식 시장 2033년 390조 전망
1~2인 가구 증가, 맞벌이 확대,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가 간편식 시장을 키우는 배경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외식 수요가 급감하면서 집에서 간편식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성장세에 힘을 보탰다.
시장조사기관 베리 파이드 마켓 리서치 자료를 보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시장이 전체 시장의 38%를 차지했다. 이어 유럽(28%), 아시아 태평양(20%) 등이 뒤를 이었다. 제품 유형별로는 즉석 섭취 식품(Ready to Eat)이 전체의 45%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조리식품(Ready to Cook)이 35%, 전자레인지 조리가 가능한 데워서 바로 먹는 식품(Ready to Heat)은 20%를 차지했다. 소비자층은 1인 가구(40%), 맞벌이 가정(35%), 고령층(25%)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가정간편식 시장은 단순한 '간편함'을 넘어 건강, 기능성, 가치 소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단백질과 식이섬유 강화 제품, 제로 칼로리 제품, 저염 간편식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에서는 유기농·비건·클린라벨 제품의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일본에서는 세븐일레븐·로손 등 편의점 중심으로 고단백 도시락, 저염 샌드위치 출시가 활발하다. 또한 3분 내 조리 가능한 1인분 밀키트, 스마트 주방기기 연동형 제품 등도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K간편식, 김밥, 떡볶이 대세
한국식 간편식은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이 뚜렷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농식품 수출액은 24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했다. 이 중 라면 수출액은 3억4400만 달러로 27.3% 급증했다. 특히 까르보 불닭·불닭마요 등 매운맛 라면 제품이 중국,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고루 팔리며 성장을 이끌었다. 고추장·양념치킨 소스 등 한국식 소스류 수출도 9.1% 증가했다. 김치볶음밥과 떡볶이, 김밥, 잡채 등은 일본과 동남아 시장에서 이미 대표적인 K간편식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김밥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BGF리테일 에 따르면 몽골·카자흐스탄의 CU 매장에서는 참치김밥, 삼각김밥, 불고기김밥 등이 매출 상위를 기록하고 있다. 유학생, 노동자 등 한국 체류 경험이 있는 현지 소비자층이 주요 수요층이다.
CJ제일제당의 '냉동 김밥'은 2023년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350만개 이상 판매됐다. 이 중 250만개 이상이 일본에서 팔렸다. 현재는 호주, 싱가포르, 중동 등으로 유통망이 확대되고 있다.
냉동 김밥은 밥, 고기, 야채, 김 등 재료들의 조화로운 맛으로 균형 잡힌 식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또한 가격이 합리적이고 보관 및 조리법도 간편해 언제든 편리하게 한 끼 식사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삼계탕 역시 미국과 유럽 등에서 한인 마트를 넘어 현지 대형 유통채널로 입점이 확대되며 판매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매운맛 제품도 잘 팔린다. GS리테일 에 따르면 베트남 GS25 매장에서는 떡볶이·즉석 어묵·김밥·도시락 등이 주력 상품이며, 이 중 떡볶이와 오모리 김치찌개라면은 판매 속도가 가장 빠르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상위 5개 제품이 모두 매운맛 간편식이었다. CU 매장에서는 K핫 닭강정과 로제떡볶이가 매출 1·2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K 간편식의 성공 요인은 '현지화'가 아닌 '더 한국적인 맛과 조리법'에 있다. 각국에 맞춘 맛 조절 대신, 맵고 진한 양념, 전통식 요리법이 해외 소비자에게 '이색적이고 정통성 있는 맛'으로 받아들여졌다는 분석이다. GS25 관계자는 "현지화가 아닌 더 한국적인 레시피를 활용하는 상품 리뉴얼 전략이 흥행 요인"이라며 "한국 본사의 전문 MD와 식품 개발 연구원을 현지에 파견했으며, 한국 레시피를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의 먹거리 리뉴얼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