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스와치 매장 내부 진열장에 오데마 피게x스와치 ‘로열 팝’ 시계가 전시돼 있다. AFP연합뉴스
스위스 시계 브랜드 '스와치'가 명품 시계 브랜드 '오데마 피게'와 협업해 최근 출시한 신제품 '로열 팝 컬렉션'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오픈런'을 위해 일주일 전부터 매장 앞에서 노숙하는 사람들, 돈을 받고 대신 줄을 서주는 이른바 '라인 시터', 웃돈을 노린 리셀러들이 뒤엉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선 최루탄이 터졌고, 이탈리아 밀라노에선 주먹다짐이 벌어질 정도다. 미국 시카고에선 매장 유리문을 두드리는 인파에 경찰이 출동하는 등 소동이 계속되고 있다. 한정판 기대 심리와 리셀 시장 과열이 맞물리면서 투기적 수요까지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스와치는 최근 오데마 피게와 협업한 '로열 팝 컬렉션'을 글로벌 동시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오데마 피게의 대표 모델 '로열 오크' 디자인을 기반으로 팝아트 감성을 입힌 회중시계 형태로, 목걸이 펜던트나 가방 액세서리, 탁상시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가격은 개당 400~420달러(약 60만~63만원) 수준으로, 수천만원대에 달하는 오데마 피게 시계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장벽이 특징이다.
출시 전부터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역대급 협업'이라는 평가가 확산하면서 뉴욕, 런던, 파리, 도쿄 등 주요 도시 매장 앞에는 일주일 전부터 긴 대기 행렬이 형성됐다. 일부 소비자들은 캠핑 의자와 담요를 준비해 밤샘 대기를 이어가는 등 과열 양상을 보였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스와치 매장 앞에서 시민들이 오데마 피게x스와치 ‘로열 팝’ 시계 출시를 앞두고 매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혼란은 출시 당일 절정에 달했다. 스와치가 온라인 사전예약이나 시간대별 수령 시스템 없이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판매를 진행하면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탓이다. 한정 수량이라는 소문까지 퍼지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구매자와 리셀 업자들이 뒤엉켜 몸싸움을 벌였고, 경찰이 출동해 군중을 해산시키는 상황이 벌어졌다. 프랑스 파리 인근 매장에서는 수백 명이 몰리자 경찰이 최루가스를 사용하기도 했다. 미국 시카고와 뉴욕 일대에서는 쇼핑객들이 매장 진입을 시도하며 바리케이드를 넘는 모습이 포착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체포 사례까지 발생했다. 혼란 속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해 구급차가 출동하는 등 안전 문제도 불거졌다.
사태가 확산하자 두바이 일부 매장은 아예 출시 행사를 취소했고, 유럽과 미국의 일부 매장도 임시 휴점에 들어갔다. 스와치는 결국 "제품 구매를 위해 매장에 대규모로 몰리지 말아달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스와치 매장 앞에서 시민들이 오데마 피게x스와치 ‘로열 팝’ 시계 출시를 앞두고 매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SNS 캡처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리셀 시장의 과열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정가 400달러 수준의 제품이 수천 달러로 치솟으며 수십 배 가격에 거래됐다.
일부 모델은 9000달러에 육박하는 가격이 형성됐고, 전 모델 세트는 수만 달러를 넘는 호가가 붙기도 했다. 사실상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상품'으로 인식되면서 수요가 더욱 증폭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줄을 대신 서주는 '라인 시터'까지 등장했다. 시간당 비용을 받고 대기열을 대신 맡아주는 서비스까지 가세하면서 과거 아이폰 출시나 한정판 스니커즈 열풍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와치는 논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회사 측은 "로열 팝 컬렉션에 대한 반응은 전 세계적으로 경이로운 수준"이라며 "SNS 조회 수가 110억회를 넘었고 웹사이트 방문도 수백만 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품은 수개월 동안 계속 판매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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