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사 전격 합의, 남은 과제는…'사업부 형평성·영업이익 연동' 도미노

"DS만 챙기냐" 노노갈등 숙제
27일까지 노조 투표, 찬성 높을까
'성과급 영업이익 연동' 논란 계속

삼성전자 노사가 20일 성과급 제도 개선안에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약 6개월간 이어진 임금 교섭 과정에서 노사 갈등은 물론 노노(勞勞) 갈등까지 불거진 만큼, 향후 내부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느냐가 중대한 과제로 떠올랐다. 영업이익 연동 방식의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논란 역시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후속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날 노사는 3차에 걸친 사후조정과 고용노동부의 중재를 거친 끝에 '2026년 성과급 노사 잠정 합의서'를 도출했다. 하지만 아직 조합원 투표라는 최종 절차가 남아 있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임금협약과 관련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칠 예정인데, 조합원 과반이 참여해 과반이 찬성하면 최종 합의안 자격을 갖춘다.

현재로선 이번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만, 마지막까지 안심할 순 없다. 노조 조합원의 상당수가 반도체(DS) 부문 소속인 만큼 DS 부문 임직원에게 돌아가는 특별경영성과급 비중이 높은 합의안에 찬성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일부 DX(완제품) 부문 조합원이 반대를 할 수 있지만, DS 임직원에 비해 조합원 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 다만 앞서 노조가 교섭 과정에서 제시한 '영업이익 15% 연동 고정 제도화' 방안보다는 후퇴한 안이 합의되면서 조합원들이 합의안에 반발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성과급 협상이라는 불씨는 일단락됐지만, 사내 갈등은 여전하다. 이번 합의 과정에서 가장 큰 후폭풍으로 남은 것은 사업부 간 성과급 형평성 논란이었다. 이번 교섭은 DS 부문의 사상 최대 실적을 배경으로 진행됐고, 성과급 재원 역시 DS 부문 실적 개선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TV·가전·모바일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조합원들 사이에서 'DS만 챙긴다'는 반발이 거셌다. 실제로 일부 DX 부문 조합원들은 교섭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노조 탈퇴 움직임에 나섰고, 단체교섭 요구안 확정 절차가 위법하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한 상태다.


특히 이번 합의안으로 메모리사업부 임직원 1인당 총 6억원에 육박하는 성과급을 지급받게 되면서 내부 온도 차는 더욱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성과급은 영업이익에 연동되는데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DS 부문 실적이 급증한 반면,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 공세 영향으로 DX 부문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실적 차이에 따른 보상 격차 자체는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특정 사업부 중심의 성과 체계가 고착화될 경우 내부 결속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특별성과급에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과 CSS사업팀 임직원에 대한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 지급안이 담긴 만큼 사업부 간 갈등이 어느 정도 봉합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성과급 산정 기준을 둘러싼 논란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노사는 이번 합의에서 10년간 DS 부문 사업 성과의 일정 비율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향에 뜻을 모았지만, 영업이익과 성과급의 연동 방식을 두고선 여전히 시각차가 존재한다. 실제 업계에서는 메모리 업황에 따라 연간 실적 변동 폭이 큰 반도체 산업 특성상 특정 시기 기준만으로 성과급 체계를 고정할 경우 향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 경영진 입장에서도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이번 합의로 단기적인 생산 차질 우려는 덜었지만, 향후 실적이 둔화될 경우 높아진 성과급 기대 수준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새로운 숙제로 떠올랐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DS 부문 실적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성과급 규모 역시 이전보다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은 변동성이 큰 산업인 만큼 향후 업황 둔화 시 보상 체계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AI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비용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만큼, 성과급 재원 확대가 중장기 투자 여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합의 이후 주주들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실제 삼성전자 주주단체는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인한 이익 처분이 주주를 향해 이뤄져야 한다는 상법상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경쟁사들과 초격차 경쟁을 벌이는 기업은 단기 성과 배분보다 미래 투자 재원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재계에서는 이번 합의가 국내 대기업 노사관계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단순 임금 문제가 아니라 수익 배분과 직결되는 문제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반도체 호황처럼 특정 사업부가 실적 대부분을 견인하는 구조에서는 성과 배분 문제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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