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3일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금융감독원에 재검토를 요구했다. 대형 제재 사안에서 금융위가 금감원에 사실상 재검토를 요구한 것은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기준 위반에 대한 재감리 요구 이후 8년 만이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정례회의에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관련 안건을 상정한 뒤 금감원에 재검토를 요구했다.
금융위는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관련 은행·증권사 검사 결과 조치안에 대한 안건 검토 소위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법리 등을 보완해줄 것을 금감원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금융위가 금감원의 제재안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금융위는 지난 2월 금감원으로부터 은행권에 대한 제재 의결안을 넘겨받았다. 당시 금감원은 제재심을 통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대해 총 1조4000억원 규모 과징금과 기관경고를 의결했다. 다만 제재심 결정은 법적 효력이 없어 최종 제재 수위는 금융위 판단에 달려 있다.
금융위가 석 달 넘게 결론을 미루다가 금감원에 재검토를 요구한 배경에는 제재 원안을 둘러싼 이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금감원이 산정한 과징금 규모가 과도하다는 기류가 감지돼 왔다.
특히 금감원이 과징금 규모를 1조 4000억원 수준으로 부과한 이후 금융위와의 논의 과정에서 추가 감경 필요성을 언급한 점 역시 금융위는 문제로 인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금감원은 당초 1조 9000억원 수준을 검토했다가 은행권 자율 배상 등을 반영해 1조 4000억원으로 낮췄고, '작량 감경' 권한이 없어 추가 감액을 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금융위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소비자 보호 기조와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 사이에서 딜레마에 놓여 있었다. 금감원 제재 원안대로 과징금을 확정할 경우 은행권 자본 여력이 약화되면서 이재명 정부가 드라이브를 거는 생산적 금융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반면 홍콩 ELS 불완전판매 사태가 2021년 금소법 시행 이후 첫 대형 사례라는 점에서, 과징금 수위를 지나치게 낮출 경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부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와의 행정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한 흐름 역시 금융위의 재검토 요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조치안이 보완되는 대로 신속하고 면밀하게 검토하여 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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