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비만율 증가세가 선진국에서는 둔화되는 반면, 저소득·중소득 국가에서는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는 대규모 국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비만을 단순한 '세계적 유행병'으로만 보기보다 국가·연령·성별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약 2000명의 과학자가 참여하는 국제 연구 네트워크인 비전염성질환 위험요인 협력단(NCD Risk Factor Collaboration·NCD-RisC)은 1980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 200개 국가·지역에서 수집한 2억3200만명의 키·몸무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14일 발표했다.
전 세계 비만율 증가세가 선진국에서는 둔화되는 반면, 저소득·중소득 국가에서는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는 대규모 국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픽사베이 제공
연구 결과 거의 모든 국가에서 지난 45년간 비만율이 증가했지만, 증가 속도와 양상은 국가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서유럽·북미·오스트랄라시아 등 고소득 국가는 1980~1990년대 빠른 증가세를 보인 뒤 최근에는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정체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서유럽 국가는 성인 비만율이 11~23% 수준에서 안정화됐고, 아동·청소년 비만율도 4~15% 수준에서 정체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중유럽과 라틴아메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성인 비만율이 30~40%까지 상승했다. 연구진은 경제 성장과 도시화, 초가공식품 확산, 신체 활동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저소득·중소득 국가의 비만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전체적으로 비만율 상승세는 이어졌지만, 증가 폭은 비교적 완만해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다만 성별에 따라 증가 추세에는 차이가 나타났다.
서영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은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SMCK)에 "이번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비만을 유도하는 강력한 환경적 힘(obesogenic force)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고소득 국가는 증가세가 둔화되는 반면 저소득·중소득 국가는 비만 유행이 본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세계 비만 문제의 무게 중심은 저소득·중소득 국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경제 성장과 도시화, 초가공식품 확산이 결합하면 현재 비만율이 낮은 국가에서도 증가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리 스프렉클리 캐임브리지대학교(영국) 연구 프로그램 매니저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비만이 더 이상 중요한 공중보건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 아니라, 국가마다 비만의 궤적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 데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부 고소득 국가는 비만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안정화되는 조짐을 보였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유병률 자체는 큰 사회적 부담"이라며 "왜 어떤 국가는 상대적으로 더 나은 흐름을 보이는지 이해하는 것이 향후 비만 정책과 예방 전략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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