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이 지속적인 재정적자 때문에 국채시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데스먼드 라흐만(Desmond Lachman) 선임연구원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올린 ‘다가오는 국채 시장 위기(Brewing Government Bond Market Crises)’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라흐만 연구원은 AEI에 합류하기 전 살로만 스미스 바니에서 신흥시장 수석 경제전략가로 재직했으며 그 이전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정책개발·검토국 부국장을 역임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허브 스타인은 “어떤 것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면, 그것은 멈추게 된다”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오늘날 지속 불가능한 세계 공공재정을 그가 봤다면 어떻게 평가했을지 궁금해진다. 미국만 명백히 지속 불가능한 공공재정 경로에 올라 있는 것이 아니다. 유럽의 여러 주요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러한 지속 불가능한 공공재정이 비극으로 끝날 것인지가 아니라,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그렇게 될 것인지다.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가 고전적 저서 ‘이번엔 다르다: 금융 광기의 8세기’에서 상기시켰듯, 지속 불가능한 공공재정과 관련해 이번에는 과거 위기로 끝난 수많은 사례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착각이다.
미국부터 보자. 빌 클린턴 행정부가 1990년대 후반 소규모 재정 흑자를 기록한 이후, 역대 행정부는 미국 공공재정을 오늘날의 위험한 궤도에 올려놓았다. 민주당 행정부는 공공지출을 늘리면서도 세금 인상은 꺼림으로써 그렇게 했다. 공화당 행정부는 감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공공지출 삭감 없이 세금을 깎음으로써 그렇게 했다. 트럼프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담긴 재원 없는 감세는 이런 종류의 재정 무책임을 보여주는 최신 사례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6%를 넘고, 연간 2조달러를 웃도는 수준이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결국 국가채무가 2030년에 GDP의 106%라는 역사적 고점을 넘어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은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 때문에 국채를 발행하는데, 외국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현재 외국인은 8조5000억달러, 즉 전체 미 국채 잔액의 약 30%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들이 미국이 부채 문제를 인플레이션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믿거나, 미국이 금융정책을 더 무기화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미국을 국채시장 위기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유럽 4대 경제국 가운데 3곳은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2010년 유로존 부채위기가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이른바 PIIGS를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오늘날 우리가 걱정해야 할 나라는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이다. 이들 국가는 모두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100%를 넘고, 프랑스와 영국은 GDP의 약 5%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국채시장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한 가지 이유는 활력을 잃은 유럽 경제가 현재 경기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는 일련의 충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경제는 이란 전쟁 이후 에너지와 식품 가격 충격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제 자동차 부문에 대한 미국의 25% 수입 관세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럽의 국채시장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부채가 많은 국가들, 특히 프랑스가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지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여전히 유로화 체제에 묶여 있다. 이로 인해 두 나라는 재정 긴축이 경제에 미치는 수축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수출을 자극할 독자적인 통화·환율 정책을 사용할 수 없다.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약 230%이고 재정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일본은 채권시장 위기로 향하는 길에 상당히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에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라는 사실은 이런 가능성을 더 키운다. 이 충격은 일본 경제 침체를 촉발하고, 정부가 유가 충격에 추가 에너지 보조금으로 대응하면서 공공재정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일본 국채와 외환시장 위기가 싹트고 있다는 점을 의심하는 사람은 상황을 제대로 보지 않은 것이다. 일본은행(BOJ)의 수익률곡선통제(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0% 수준으로 유도) 정책이 끝난 2024년 3월 이후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약 0.75%에서 2.5%로 세 배가량 뛰었다. 이는 지난 2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편 지난 9개월 동안 일본 엔화는 달러 대비 약 10% 약세를 보였다.
미국, 유럽, 일본의 취약한 공공재정 궤적은 이들 경제권 각각에서 조만간 시정 조치가 취해져야 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조치의 시급성은 세 주요 경제권 모두에서 국채시장 문제가 싹트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들 경제 중 어느 한 곳에서라도 채권시장 위기가 발생할 경우 전염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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