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관영업의 꽃으로 불린 서울시 금고지기 입찰은 신한은행이 기존 지위를 수성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우리은행의 강력한 탈환 도전과 수익성 고민에 따른 KB국민은행의 전략 수정, 그리고 하나은행의 거센 견제 속에서도 신한은행은 1·2금고 모두 자리를 지켜냈다. 금리와 출연금에서 은행 간 변별력이 크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지난 8년간 안정적으로 금고를 관리해온 경험이 결정적인 뒷받침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가 전날 차기 시금고 선정을 위해 개최한 '금고지정 심의위원회' 심사 결과 신한은행은 1금고에서 총 973.904점, 2금고에서 925.760점을 받아 우선 지정대상으로 선정됐다. 당일 열린 프레젠테이션(PT) 발표가 오후 3시경 마무리된 후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결과가 발표된 점을 고려하면,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이견이 크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한은행이 서울시 금고지기 지위를 유지한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2018년 1금고를 따내며 103년간 지속된 우리은행 독점 체제를 깨뜨린 데 이어, 3회 연속 총 12년간 서울시 금고를 책임지게 되면서 운영의 안정성까지 공인받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금고는 전국 지자체 금고 중 규모가 가장 클 뿐 아니라, 수도 서울의 살림을 관리한다는 상징성 덕분에 기관영업의 핵심 성과로 꼽힌다.
이번 입찰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각 은행이 펼친 전략적 행보가 변수였다. 특히 그간 1·2금고에 동시에 응찰했던 KB국민은행이 이번에는 2금고 입찰에만 전력을 집중해 눈길을 끌었다. 높은 자본력에도 불구하고 1금고 운영 경험이 없는 점과 데이터 이전 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지출 부담 등을 고려해 실리를 챙기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기금을 관리하는 2금고는 금고 운영 경험을 쌓을 수 있으면서도, 1금고의 전산 관리 시스템을 활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리 비용 부담이 적다.
여기에 2022년 입찰에 불참했던 하나은행까지 2금고 경쟁에 가세하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이 적지 않은 출연금을 써냈고 하나은행의 막판 화력이 매섭다는 소문이 돌면서, 특히 2금고는 막판까지 안갯속이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 역시 4년 전보다 많은 예산을 배정하며 1·2금고 탈환에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이번에도 고배를 마시게 됐다.
결국 신한은행이 국내 4대 은행이 모두 참전한 2금고까지 따낸 배경에는 지난 8년간의 안정적인 금고 관리 능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변별력이 큰 항목인 금리나 출연금 등에서 굳이 금고지기 은행을 교체할 만큼의 결정적인 유인이 부족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서울시 예산 규모가 커짐에 따라 전산 관리 시스템 또한 갈수록 방대하고 복잡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시스템 전체를 교체하는 결정 자체가 과거보다 훨씬 큰 리스크와 부담으로 작용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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