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연일 축포가 터져나오고 있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역대급 랠리를 보인 코스피는 이제 '팔천피'를 목전에 두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1만피'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코스피의 역대급 성과 앞에서 코스닥은 초라한 모습이다. 마치 전교 1등을 한 형이 내민 성적표에 차마 자신의 성적표는 내밀지 못하는 동생이 떠오른다. 지난해와 올해 코스닥의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와 올해 모두 30%대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지난달에는 26년만에 1200선을 넘어섰다. 코스닥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나 문제는 형인 코스피의 성과가 좋아도 너무 좋았다. 코스닥이 반에서 1등했다면 형인 코스피는 전교 1등을 했으니 말이다. 올들어 80% 넘게 오른 코스피는 세계 주요국 주가지수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상승속도도 가파르다. 4000선에서 5000선을 넘는 데는 3개월이 걸렸고 5000선에 올라선지 한 달 여 만에 6000선을 뚫었다. 이란 전쟁이라는 복병을 만났음에도 두 달 만에 7000선도 돌파했다. 전일에는 장중 7999.67까지 오르면서 8000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형제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시 활황을 반도체를 비롯한 대형주가 견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무서운 기세로 상승하면서 코스피를 힘껏 밀어올렸다. 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로 외국인 자금이 쏠리면서 코스피는 거침없이 상승세를 지속했다. 반면 코스닥은 과거 시장을 주도했던 이차전지 열풍이 잦아든 이후 이를 대체할 만한 강력한 주도 업종이 부재하면서 뒤처졌다. 그나마 대장주인 제약·바이오 업종의 경우 개별 종목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활황장에서 소외됐다.
이번 증시 강세를 뒷받침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밸류업' 기대감도 대형주에 집중됐다. 대형주들이 탄탄한 실적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서며 안정적인 수익과 배당을 원하는 자금들이 코스피로 몰렸고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크고 미래 성장성에 기대야 하는 코스닥 중소형주들은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과거와 같은 낙수효과도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대형주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들이 몰려 있는 코스닥으로 온기가 퍼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철저히 실적과 확실한 모멘텀이 증명된 종목에만 돈이 몰리고 있다.
사실 코스닥의 부진 뒤에는 시장의 뿌리 깊은 불신도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코스닥은 투자자들에게 '기회의 땅'보다는 '개미들의 무덤'이라는 오명으로 더 자주 불려왔다. 일부 상장사들의 횡령·배임 사고가 잊을만 하면 터졌고 유망 기술을 내세워 상장했지만 이후 실적을 증명하지 못한 기업들이 속출했다. 또한 좀비기업이 늘면서 코스닥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코스닥의 소외에 시장의 관심은 정부가 진행 중인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쏠리고 있다. 이르면 올해 10월부터 '승강제'가 도입된다.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 스탠더드, 관리군 등 3개 세그먼트로 나눠 관리하게 된다. 엄격한 요건을 통해 선별된 우량기업에는 그에 따른 혜택을 주고 반면 적자 지속 기업 등 부실기업들은 관리군으로 정해 신속한 퇴출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건전한 투자 생태계를 조성해 우량 기업들이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코스닥은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통해 '믿지 못할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성장 기업들의 요람'으로 변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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