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강국 아랍에미리트(UAE)는 한국과의 협력으로 첫 위성을 쏘아 올린 지 10여년 만에 독자 위성 개발과 화성 탐사선 궤도 진입에 성공하며 중동 우주 산업의 핵심 국가로 부상했다. 아메르 알 사예흐 알가페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 우주공학 부문 사무차장은 우주 산업 성장의 핵심으로 명확한 국가 비전과 일관성 있는 사업 추진을 꼽았다.
알가페리 사무차장은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아시아 미래기업포럼' 기조강연에서 "한국은 위성, 발사체, 인공지능(AI) 기술, 로보틱스, 제조 등 분야에서 강력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핵심은 이러한 강점을 명확한 국가 비전 아래 하나로 결집하고,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메르 알 사예흐 알가페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 우주공학 부문 사무차장이 1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아시아미래기업포럼'에 참석해 ‘사막에서 우주로, 중동 우주산업의 부상과 UAE의 도전’이란 주제로 기조강연 하고 있다. 2026.5.13 강진형 기자
UAE의 우주 개발은 2006년 설립된 MBRSC를 기반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MBRSC는 현재 200명 이상의 인력이 근무하는 UAE의 핵심 우주 기관이다. 알가페리 사무차장은 센터 초기부터 함께하며 주요 프로젝트에 핵심 역할을 해왔다. 그는 UAE 최초의 자체 개발 인공위성인 '칼리파샛(KhalifaSat)' 개발에도 참여했다.
MBRSC의 초기 우주 산업이 성장하는 데는 한국과의 협력이 주요하게 영향을 미쳤다. 센터는 2006년 한국의 위성개발업체 쎄트렉아이와 협력해 첫 번째 위성 '두바이샛 1호'와 '두바이샛 2호' 등 개발에 성공했다. 그는 "UAE 우주 프로그램의 본질은 이곳 대한민국에서 시작됐다"며 "쎄트렉아이와의 협력이 UAE 우주 산업 기반 구축과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전했다.
아메르 알 사예흐 알가페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 우주공학 부문 사무차장이 1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아시아미래기업포럼'에 참석해 ‘사막에서 우주로, 중동 우주산업의 부상과 UAE의 도전’이란 주제로 기조강연 하고 있다. 2026.5.13 강진형 기자
MBRSC는 설립 10여년 만인 2018년 독자 개발 위성인 칼리파샛을 개발하는 등 짧은 기간에 폭발적인 기술 성장을 이뤘다. 이어 지난해에는 네 번째 지구 관측 위성이자 중동 지역 최첨단 위성으로 불리는 'MBZ-SAT'를 발사할 수 있었다. 해당 위성 개발의 환경 시험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시설에서 수행됐으며, MBRSC와 KARI는 우주 활동 협력 및 지식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알가페리 사무차장은 위성 개발의 성과가 단순한 기술 축적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위성 설계·제조 분야에서 UAE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것은 물론, UAE 현지 기업들이 위성 부품 제조를 담당하고 위성 시스템 개발과 데이터 분석 계약을 수주하는 등 우주 산업 생태계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메르 알 사예흐 알가페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 우주공학 부문 사무차장이 1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아시아미래기업포럼'에 참석해 ‘사막에서 우주로, 중동 우주산업의 부상과 UAE의 도전’이란 주제로 기조강연 하고 있다. 2026.5.13 강진형 기자
MBRSC는 달 뒷면 탐사와 우주비행사 양성 등 산업 발전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2019년 첫 UAE 우주비행사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파견했고, 2021년에는 또 다른 우주 비행사가 장기 임무를 수행했다. 알가페리 사무차장은 "UAE가 우주비행사 양성에 투자하는 것은 탐사 문화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고 지식 경제 기반의 새로운 미래 비전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UAE의 우주 개발은 명확한 국가 비전 아래 한국과의 기술 협력으로 출발해 독자 위성 개발과 화성 탐사까지 이어진 대표적인 후발주자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MBRSC는 향후 달 탐사 로버 개발과 우주비행사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우주 산업 생태계를 더욱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알가페리 사무차장은 "우리는 우주를 경쟁의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며 "우주는 우리가 협력하는 곳이자 우리가 함께 성장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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