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정비사업 조합 임원도 '공무원 간주'…"식사 접대 누적되면 처벌"

서울시 소규모주택정비사업 교육 현장
바뀐 법 따라 올해부터 의무교육 받아야
“하반기 온라인 교육 병행도 검토”

"한 정비사업 조합의 이사회 멤버 8명 중 7명이 한꺼번에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이 있습니다. 식사 접대를 지속해서 받으면 그 금액이 누적돼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소문청사 후생동 4층 대강당. 강단에 선 김권규 변호사(법무법인 온새미로)가 실제 공소장 사례를 풀어내자 객석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지난해 조합임원 역량강화 교육이 의무화 됐다. 서울시는 지난 6~11일 교육을 진행했다. 김민진 기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지난해 조합임원 역량강화 교육이 의무화 됐다. 서울시는 지난 6~11일 교육을 진행했다. 김민진 기자.

어느 협력업체가 이사회 개최일에 맞춰 조합 사무실을 찾아와 조합장과 이사들에게 식사하라며 흰 봉투를 건넸고, 회식 후 남은 현금은 임원들이 나눠 가졌다. 한 차례 백만원 안팎이지만 몇 년간 횟수가 누적되자 금액은 수천만 원대로 불었다. 해당 업체가 다른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받는 과정에서 천장 덕트에 숨겨둔 다이어리가 발견됐고, 수첩에 적힌 수수 내역을 빌미로 조합 임원 전원이 경찰서로 소환됐다. 조합장 등 2명은 구속기소 됐고, 사업은 사실상 마비됐다.

이날 강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의무화된 ‘서울시 소규모주택정비사업 조합임원 역량강화 교육’의 두 번째 날이었다. 올해 서울시가 처음 시행한 이 교육은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평일 오전 3시간씩 나흘간 12시간 과정으로 진행됐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법 개정으로 지난해 11월 21일 이후 연임되거나 새로 선임된 조합 임원(조합장, 이사, 감사)은 연임·선임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조합 운영 및 직무 소양·윤리 등에 대한 교육을 12시간 이상 이수해야 한다. 강의 내용은 가로주택정비사업, 모아타운 등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의 제도 및 절차, 조합 운영 및 의사결정 구조, 청렴·윤리 및 주요 비리 사례, 협력업체 선정 유의사항, 예산·회계 관리 등으로 구성됐다.


이날 강의의 핵심은 조합장·임원의 청렴 의무 중 '공무원 의제(擬制)' 처벌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공무원 의제란 조합 임원이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임직원은 신분상 민간인이지만, 형법상 뇌물 관련죄를 적용할 때는 공무원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이다. 이들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으면 공무원과 똑같은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수뢰액 3000만~5000만원이면 5년 이상, 5000만~1억원은 7년 이상, 1억원을 넘으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으로 형량이 높아진다"며 "형법상 폭행죄가 징역 1개월~5년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무거운 처벌”이라고 했다. 직접 받지 않고 가족·지인에게 받게 해도 제3자 뇌물제공죄가, 동료 임원에게 부탁해 용역을 따내게 해줘도 알선수뢰죄가 성립한다.


서울시는 이번 교육을 통해 그간 일부 현장에서 발생했던 조합 운영 혼선·비리, 회계 관리 미흡, 협력업체 선정 관련 분쟁 등을 예방해 사업 전반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 운영 과정의 공정성과 책임성이 높아지면 조합원 간 신뢰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사업환경이 조성되고, 불필요한 갈등이 줄어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며 “교육 참여율을 높이고 확산하기 위해 하반기부터 온라인 교육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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