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테크]서울 아파트, 가격이 아니라 구조의 변화

강남권 전세 진입장벽 확대
성동·양천·영등포 신흥 지역 부상
강남 따라가던 시장 흐름 재편

편집자주우리나라 국민의 자산 7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습니다. 집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가장 가깝고 아늑한 곳입니다. 집에 묶여 살면서 집을 사고파는데 필요한 정보를 전해드립니다. 아시아경제는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과 함께 필요한 지식을 채워드리기 위해 3주에 한 번씩 [집테크]를 싣습니다.

서울 아파트 얘기가 나오면 사람들의 관심은 늘 가격이다. 그러나 2021년부터 2026년까지의 흐름을 보면 지금 서울 시장에서 가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 구조 자체의 변화다.


과거에는 강남이 오르면 서울 전역이 뒤따라 움직인다는 공식이 통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최근 5년간 가격이 가장 많이 상승한 지역은 강남권이 아니라 성동·양천·영등포 등이다. 이들 지역은 50~80%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강남권에 버금가는 신흥 상위권으로 급부상했다. 반면 종로·금천·은평 등은 서울 평균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지역별 시장 흐름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거래량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2026년 1분기 기준 외곽 지역 거래량은 전년 대비 60~100% 가까이 증가했지만, 강남·서초는 오히려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과거처럼 강남이 먼저 움직이고 외곽이 따라가는 구조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자금 진입이 가능한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전세시장에서도 구조 재편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을 나타내는 전세가율은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낮아졌다. 이는 전세가격 하락이 아닌 매매가격이 전세가격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올랐기 때문이다.

강남권처럼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지역은 투자 수요 중심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반면 서울 외곽 일부 지역은 매매와 전세가 비교적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여전히 실거주 중심의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


[집테크]서울 아파트, 가격이 아니라 구조의 변화

강남과 외곽의 진입 장벽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강남구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는 약 16억원, 서초구는 약 15억원 수준이다. 반면 외곽 지역은 2억~3억원 정도다. 같은 서울이라도 전세로 거주하다 동일 지역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 필요한 초기 자본 규모가 최대 7배 이상 차이 나는 셈이다. 결국 강남권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은 충분한 현금 동원력을 가진 자산가 중심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반면 자금력이 제한된 실수요자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매매가격 차이가 벌어지면서 임대수익률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매매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은 외곽 지역의 임대수익률은 2%대 수준이지만, 강남권은 1% 초반에 불과하다. 문제는 서울 대부분 지역의 임대수익률이 현재 예금금리보다 낮다는 점이다. 즉 지금 서울 아파트 시장은 월세 수익을 위한 시장이 아니라, 미래 가격 상승 기대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자본 이득 중심 시장이라는 의미다.

결국 서울 25개 자치구는 하나의 동일한 시장으로 보기 어려워졌다. 자본이 집중되는 강남 핵심지, 가격 상승 속도가 빠른 신흥 상위권, 실거주 중심의 안정형 지역, 거래는 활발하지만 가격 상승은 제한적인 외곽 흡수형 시장으로 분화되고 있다.

지금의 서울 부동산 시장은 전형적인 상승장도, 하락장도 아니다. 시장 구조가 재편되는 국면이다. 단순히 가격 등락만 보면 장기적인 흐름을 놓칠 수 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어느 지역에 어떤 성격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지, 그 구조를 읽어내는 능력이다.

KB국민은행 스타자문단 김효선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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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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