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6주 태아를 낙태 수술로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병원장과 집도의, 산모 등의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산부인과 전문의 증인신문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용석)는 12일 오전 살인 및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병원장 윤모씨와 집도의 심모씨, 산모 권모씨 등 5명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고, 산모 측이 신청한 산부인과 전문의 오모씨의 증인 채택을 결정했다.
권씨 측은 "원심은 임신 후기 임신 중지가 이론상으로만 가능하고 실제로는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에 기반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증인 신청 이유를 밝혔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이뤄지는 중기 이후 낙태의 구체적 절차와 산모의 심리 상태에 대한 전문적 의견을 청취해, 피고인들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해당 전문의의 의견이 참고자료에 불과하다며 채택에 반대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1심은 태아가 생존 가능한 시점에 배출돼 '살아있는 사람'이 된 이상 살인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윤씨에게 징역 6년과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범죄수익 약 11억5000만원도 추징했다. 심씨에게도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권씨는 살인죄 공범으로 판단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날 피고인들은 각자의 항소 이유를 밝혔다. 병원장 윤씨 측은 양형이 부당하고 수술 대가로 받은 돈을 범죄 수익으로 보아 추징하는 것은 법리 오해라고 주장했다. 집도의 심씨는 생명을 경시해 벌어진 일이 아니며 사후 은폐 시도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권씨 측은 "제왕절개를 하기 때문에 사산 후 배출로 인식하고 있었다"며 고의를 부인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권씨가 유튜브에 올린 낙태 경험담 영상을 두고 살인 논란이 불거지자 보건복지부가 2024년 7월 경찰에 진정서를 내면서 수사가 개시된 바 있다.
재판부는 오는 6월23일 오후 2시10분 전문의 증인신문을 진행한 뒤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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