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에서 정박 중이던 한국 선박을 공격한 비행체가 이란산 드론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이란이 러시아에 제공했던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136'을 지목한다. 정부는 이번 피격 사태가 불러일으킬 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비행체 잔해에 대한 정밀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응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어난 한국 선박 화재 사건은 미상 비행체의 타격에서 비롯됐다고 정부가 밝혔다. 외교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의 정부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현장 조사단이 기록한 사진을 공개했다. 선체 하단에서 확인된 폭 5m·깊이 7m 파공. 2026.5.10 외교부/연합뉴스
12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지 사고 현장에서 수습된 비행체 잔해물을 국내에 들여오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장조사단에는 군사 전문가도 포함됐으나 비행체 제원을 육안으로만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어 국내에서 전문기관을 통한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관련 전문성이 있는 연구소 등에서 (잔해물 감식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제 드론이란 관측에 대해서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고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한편 아랍에미리트(UAE) 외교부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을 상대로 한 테러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UAE는 '테러'로 규정하고 그 방식을 '드론 공격'이라고 특정하면서 "이번 공격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형제국인 한국에 대한 연대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비행체나 공격 주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미국이 꾸준히 참전을 압박해 온 상황에서 자칫 구실이 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여전히 26척의 선박이 해협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란 측과도 외교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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