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엔화를 떠받치기 위한 대규모로 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12일 일본을 방문하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이 엔화 등 환율시장과 관련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2025년 10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베선트 장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2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 등을 만난다고 밝혔다. 이번 방일은 14~15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지는 사전 행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는 미·중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대중 관계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일본에 줄 수도 있다"며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에게 베선트의 관심은 양날의 검"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의 지지를 유지하는 동시에 자국 정책 주도권도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미일 양측에서 나올 긴장 신호다. 앞서 베선트 장관은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 방식에 비판적 입장을 보이며 기준금리 인상을 선호해왔다. 일본 정부가 지난 4월 30일부터 엔화 방어를 위해 약 10조엔(약 93조원)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자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했다.
30년 넘게 일본 시장을 분석해온 모리타 초타로 전일본자산운용 수석전략가는 "베선트 장관이 요구 수위를 높일 경우 일본은 반박할 여지가 거의 없을 수 있다"며 "일본 관련 발언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 국채 시장은 하락세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영향이다. 지난달 일본 10년물 금리는 2.53% 수준으로 199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날 현재도 2.516%를 기록 중이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이 같은 일본발 미국의 금리 상승은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베선트 장관은 미 국채 10년물 금리를 가장 중요한 시장지표로 꼽아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단기 기준금리보다 장기 금리인 10년물 금리가 대출 등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일본에서는 다음 달 중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최근 공개된 3월 일본은행(BOJ) 금융정책결정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BOJ 다수 위원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충격이 장기화하고 물가 우려가 커질 경우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공유했다.
과거 헤지펀드 매니저 시절 엔화 약세에 베팅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 베선트 장관은 일본 시장에 익숙한 채권 전문가이기도 하다. 당시 베선트 장관의 상사였던 헤지펀드 거물 조지 소로스가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약 1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선트 장관이 일본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과거 그는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측 인사들과 대화를 나눴으며 "변동성을 끝내기 위해 그들도 움직일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타야마 재무상은 시장 안정화를 촉구하며 일본이 "책임 있고 지속 가능한" 재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베선트 장관은 일본 일정을 마친 후 13일 서울로 이동해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회담을 갖는다. 중국 상무부도 서울 회담이 베이징에서 진행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을 앞두고 무역 현안 논의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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