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정치 지형을 보면 미국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마디로 무능한 야당이 문제다.
지난해 1월 백악관으로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거침이 없다. 외교·안보·통상·경제 등 정책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공격하면서 무소불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월 말 의회 승인도 없이 이스라엘과 공모해 일으킨 중동전쟁에 대해 민주당이 공격 중단을 위한 결의안을 뒤늦게 마련했으나 공화당의 비협조로 부결됐다.
민심은 돌아선 모습이다. 두 달 넘게 이어진 전쟁으로 인한 물가 부담은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율을 낮추는 트리거가 됐다. 최근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는 30% 중반대까지 떨어져 트럼프 1·2기를 통틀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눈에 띄는 건 유권자들의 분노를 표심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미국 민주당의 무능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전부터 공개석상과 사석을 가리지 않고 당 지도부에 '더 강경하게 대응하고 더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진짜 표를 가져오려면 '유권자의 언어'로 '식탁 위 문제' 같은 생활밀착형 의제를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AP통신은 최근 민주당 예비 경선에서 '정치 경험'이 전무한 신예들이 당내 주류 정치인들을 무릎 꿇리는 모습을 두고 "때때로 민주당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자신들의 노쇠하고 고착화된 지도부에 더 분노한 것처럼 보인다"고 일침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길을 잃었다는 점은 자명해 보인다. 당내 지도부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예비 경선에서 특정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불만이 벌써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미 하원에서의 승리를 위한 대승적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공화당은 이를 놓치지 않고 분열의 증거로 활용하고 있다. 밀린 후보들은 당 지도부의 선택에 곧장 반기를 들고, 내부 소통보다는 언론을 통해 속내를 밝히길 원한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몇 년 전부터 권위주의 정권이 힘을 얻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가 대두되고 있다. 한국은 다음 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실종을 경험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꽃피운 미국마저 위태로워 보인다.
'상호 견제와 균형'을 잃은 민주주의 공동화는 국민의 정치 무관심과 냉소의 시작점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주의에선 권력을 견제할 균형추가 반드시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선거제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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