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익도 시스템이 돼야 한다”…손하은 봄재단 이사장이 그리는 ‘실행의 연대’

청년·지역·국제구호 잇는
공익 플랫폼 구상
“기부의 시대 넘어 사회문제
해결 구조 설계해야”

"선의만으로는 사회를 바꿀 수 없습니다. 이제 공익은 구조와 실행, 그리고 지속 가능성을 갖춘 시스템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손하은 사단법인 봄 재단 이사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공익의 미래를 이렇게 정의했다. 그의 화법은 단순한 이상론에 머물지 않았다. 기부와 봉사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기존 공익 모델을 넘어, 사회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실행형 플랫폼'으로 공익재단의 역할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인터뷰 전반을 관통했다.

손하은 봄 재단 이사장. [사진=권병건 기자]

손하은 봄 재단 이사장. [사진=권병건 기자]

손 이사장은 "공익재단은 더 단순한 후원기관이어서는 안 된다"며 "현장의 문제를 진단하고 필요한 자원을 연결하며, 정책과 민간의 역량을 결합해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회혁신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자주 언급한 단어는 '지속 가능성'이었다. 단발성 지원이나 이벤트성 기부로는 청년 문제와 지역 소멸, 사회 양극화 같은 구조적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손 이사장은 "지원이 끝나는 순간 효과도 사라지는 방식은 공익의 본질적 한계를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중요한 것은 현장에 남아 계속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봄 재단은 '문제 진단-자원 연결-실행-성과 관리'로 이어지는 순환형 공익 모델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히 도움을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변화와 회복이 이뤄졌는지까지 점검하는 구조다.

그는 "공익은 선의를 전달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성과로 증명돼야 한다"며 "재단의 책임 역시 지원 자체보다 변화의 결과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봄 재단의 역할에 대해 그는 '연결'이라는 표현을 반복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시민사회가 각각 가진 역량을 하나의 구조 안에서 결합하는 것이 공익재단의 중요한 기능이라고 설명한다.


손 이사장은 "행정은 정책 역량을 갖고 있고 기업은 자원과 ESG 실행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민사회는 현장성을 가지고 있다"며 "이 요소들이 따로 움직일 때보다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훨씬 강력한 사회적 변화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봄 재단은 단순 지원기관이 아니라 그 연결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청년과 지역 문제에 대한 인식도 분명했다. 그는 청년 유출과 지역 불균형을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국가 생존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었다.


손 이사장은 "청년에게는 도전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에는 자립 가능한 협력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취약계층에는 단순 생계 지원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의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대한 구상 역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을 공익의 효율성과 정밀성을 높이는 핵심 수단으로 평가했다.


손 이사장은 "미래 공익은 감성만으로 운영될 수 없다"며 "데이터 기반 수요 분석과 AI 기반 사회문제 진단 시스템을 활용해 더 빠르고 정확한 공익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모금 플랫폼과 온라인 상담·교육 시스템 등 기술 기반 공익 인프라도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손 이사장이 강조한 것은 '신뢰'였다. 그는 공익재단의 존립 자체가 신뢰 위에서 가능하다고 봤다.


손 이사장은 "기부자의 선의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투명성과 성과가 함께 가야 한다"며 "회계 투명성과 사업 평가, 의사결정 책임성을 강화해 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공익기관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히 손 이사장은 국내 공익 활동을 넘어 국제 인도주의 협력과 민간 외교 영역에서도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그는 베트남 정부 및 현지 기관들과의 교류를 기반으로 양국 간 민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베트남전 이후 고엽제 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약 600만명의 피해 주민들을 위한 물품 지원과 인도주의 구호 활동을 지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손 이사장은 "공익은 국경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고통에 응답하는 일"이라며 "베트남의 고엽제 피해자들이 오랜 시간 겪어온 아픔에 연대와 사랑으로 함께하는 것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책임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간 외교의 본질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미래의 신뢰를 함께 만드는 데 있다"며 "봄 재단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인도주의 협력의 가교 구실을 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향후 5년 목표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공익 생태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실행형 재단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손하은 (오른쪽)봄 재단 이사장이 지난 5일 세종시 봄 재단 7층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 본지 기자와 인터뷰 하고 있다.[사진=권병건 기자]

손하은 (오른쪽)봄 재단 이사장이 지난 5일 세종시 봄 재단 7층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 본지 기자와 인터뷰 하고 있다.[사진=권병건 기자]

손 이사장은 인터뷰 말미에 "봄 재단이 남기고 싶은 것은 단순한 사업 실적이 아니다"라며 "누군가에게 다시 살아갈 희망을 만들고, 사회에는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연대의 구조를 남기는 것이 진정한 공익의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는 공익을 바라보는 손 이사장의 시선이 단순한 나눔의 차원을 넘어 '사회 구조 혁신'에 맞닿아 있음을 보여줬다. 공익의 지속 가능성을 제도와 실행력으로 증명하겠다는 봄 재단의 구상이 국내 공익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영남취재본부 권병건 기자 g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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