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고단2’ 무슨 뜻이지?

알아두면 좋은 사건번호 읽기
ㄱ-1심, ㄴ-항소심, ㄷ-상고심
ㅏ-민사, ㅗ-형사, ㅜ-행정소송
단-단독재판, 합-합의재판

재판에 회부된 민·형사 사건에는 고유한 '사건번호'가 부여된다. 이 사건번호는 접수된 연도와 '사건부호', 그리고 접수 순서에 따른 일련번호로 구성된다. 이 중 한글로 된 '사건부호'만 식별할 줄 알아도 해당 사건의 유형은 물론 재심 여부까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2026고단2’ 무슨 뜻이지?

부호만 봐도 무슨 사건인지 한눈에

사건부호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만들어진다. 우선 자음 순서대로 'ㄱ'이 들어가면 1심, 'ㄴ'은 항소심(2심), 'ㄷ'은 상고심(3심)을 뜻한다. 여기에 결합하는 모음은 사건의 유형을 나타낸다. 민사재판은 'ㅏ', 형사재판은 'ㅗ'를 쓴다. 행정소송은 'ㅜ', 가사사건은 'ㅡ'로 표시한다.

가사사건에서는 일반적인 민·형사 사건의 1~3심 순서인 'ㄱ·ㄴ·ㄷ' 대신 'ㄷ·ㄹ·ㅁ' 순서로 심급을 표시한다. 가처분 사건은 '카'로 표시된다.


다음 글자인 '단'과 '합'은 재판부의 구성을 의미한다. 판사 1명이 심리하는 단독재판은 '단', 판사 3명이 참여하는 합의재판은 '합'이 붙는다. 재심 사건에는 사건부호 앞에 '재'를 붙인다.


법원재판사무 처리규칙 제20조에 따르면 사건별 부호문자는 사건의 성격, 사건 수 등을 고려해 대법원 예규로 정한다. 대법원 재판예규인 '사건별 부호문자의 부여에 관한 예규' 제2조 제1항에 의해 사건별 사건부호가 부여된다.

4글자까지 특이한 사건부호도

이런 구성 체계는 일률적인 규칙에 따른 것이라기 보다는 사건의 유형과 성격, 파생된 사건 유형과 종류 등을 고려한 결과라는 것이 법원 측 설명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전통적인 방식 외에 특이한 사건부호들도 있다"며 "이 경우 일반적으로 사건명 중 한 글자를 사건부호로 만드는 방식을 계속 사용해 오고 있다. 회생 사건이면 앞에 '회'를 붙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기본 조합 외에도 '준재나', '동버집' 등 3글자로 된 사건부호나 '준재카담', '준재가합' 등 4글자에 달하는 복잡한 사건부호도 존재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건부호가 무한대로 생성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며 "재정신청의 즉시항고까지 넘어가면 생소한 사건부호를 마주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특이 부호 생성 기준에 대해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사건부호는 사건 유형의 다양화에 대응하여 점차 세분화돼 왔다. 해당 사건 유형 관련 제도 및 지원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 각 실·국에서 사건의 성격, 기존 체계와의 정합성, 식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 후 예규 개정을 통해 반영해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과정에서 기본 사건부호에 절차적·기능적 요소가 결합돼 복수의 문자로 구성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사건의 주요 속성이 일정 부분 반영되고 유사한 유형 간에는 일정한 규칙성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형사신청사건은 과거 '초'에서 '초보'(보석), '초적'(적부심), '초기'(기타) 등으로 세분화된 바 있다.


일본에서 유래했을 가능성

국내의 일본법 연구 학자들은 한국의 법률용어 등이 일본 용어와 유사한 경우 등을 보면 사건부호도 일본의 것을 참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일본 사건 부호 체계는 근대 사법 제도가 정비되던 시기부터 형성됐으나 현재 같은 체계적인 기틀이 잡힌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알려져 있다.


일본 민사사건은 가타카나를 사용한다. 민사 사건은 1심에서 3심으로 갈수록 가나다순(아이우에오 순)과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와(ワ)는 지방재판소(1심) 민사소송 사건에서 사용되는 부호로, 일본어 '와(輪)' 또는 화해를 의미하는 '와(和)'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으나 실제로는 사무 처리상의 편의를 위해 할당된 부호다. △네(ネ)는 고등재판소(2심) 항소 사건에 사용되는 부호로 상소한다는 의미의 '네(練/ね)' 혹은 특정 분류 순서에서 기인했다. △오(オ)는 최고재판소(3심) 상고 사건에서 사용되는 부호다.


일본 형사사건은 민사사건과 구분하기 위해 주로 히라가나를 사용한다. △와(わ)는 지방재판소(1심) 사건부호로, 민사의 '와(ワ)'와 발음은 같지만, 히라가나를 써서 형사사건임을 표시한다. △우(う)는 고등재판소(2심) 항소 사건 부호, △아(あ)는 최고재판소(3심) 상고 사건 부호다.


일본법 등을 강의하는 홍태석 원광대 로스쿨 교수는 "일본 초기 부호 설계 시 '이, 로, 하(いろは)' 순서나 '아, 이, 우, 에, 오(あいうえお)' 순서를 바탕으로 사건의 중요도나 빈도에 따라 글자를 배정했다"며 "중복 방지를 위해서 민사, 형사, 가사, 소년 사건 등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철저히 분리했다. 발음의 편의성을 위하여 법원 서기들이 서류를 분류할 때 발음이 명확하고 쓰기 쉬운 글자들이 우선적으로 채택됐다"고 설명했다.


김지수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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