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의료기관 10곳 중 1곳 이상에서 의사 등 의료진에 의한 환자 성폭력 피해 호소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입원실과 진료 현장처럼 환자가 의료진에게 신체를 맡길 수밖에 없는 공간에서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피해자 가운데 18세 이하 미성년자도 10명 중 1명꼴로 포함돼, 의료기관 내 성범죄 이력 확인 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6일 연합뉴스는 NHK 등을 인용해 일본 어린이 가정청이 실시한 의료기관 내 성폭력 실태 조사에서 응답 기관 903곳 중 15.5%인 140곳이 의사 등 의료 종사자로부터 성적 피해를 봤다는 환자의 호소나 관련 트러블이 있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정부 차원의 첫 의료기관 성폭력 실태 발표다. 피해 발생 장소는 입원실이 36.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진찰실과 검사실 등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공간에서도 피해 호소가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를 연령별로 보면 19세와 20∼30대가 42.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60대 이상은 29.4%, 40∼50대는 18.3%였다. 18세 이하 미성년자 피해도 10.1%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중고생이 6.4%, 초등학생 이하가 3.7%였다. 피해 유형은 복수 응답 기준으로 성적 부위를 제외한 신체 접촉이 44.2%로 가장 많았다. 성적 부위 접촉은 37.2%, 성희롱성 발언은 21.2%였다. 불법 촬영이나 동의 없는 성관계 등 중대 범죄에 해당하는 사례도 일부 확인됐다.
일본 정부는 오는 12월부터 아동 관련 직종 취업 시 성범죄 이력 확인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지만, 현재 의료기관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어린이 성폭력 방지법' 재검토 과정에서 의료기관을 제도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국내에서도 의료인의 성범죄 문제는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국회 보건 복지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성범죄로 검거된 의사·한의사·치과의사는 793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강간·강제추행이 689명으로 86.9%를 차지했고, 불법 촬영 80명, 통신매체 이용 음란행위 19명, 성적 목적 공공장소 침입 5명 순이었다.
또 2024년 공개된 경찰청 자료에서도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성범죄로 검거된 의사는 962명으로, 전문 직군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만 해당 기간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을 이유로 의사 면허가 취소된 사례는 없었고, 이후 성범죄만으로 면허가 취소된 첫 사례가 뒤늦게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3년 의료법 개정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료인의 면허 취소 범위를 확대했다. 하지만 성범죄 의료인의 진료 제한과 재취업 관리가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일정 기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는 더 장기간 면허를 제한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도 발의돼 향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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