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e커머스 플랫폼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가 올해 1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말 한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여파로 1조원대 피해보상 비용을 반영하면서 4년여 만에 분기 최대 규모의 영업적자를 낸 것이다. 쿠팡을 겨냥한 정부 당국의 조사와 규제망이 강화되는 가운데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개인정보 사고 여파가 계속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근본적인 회복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 상장사인 쿠팡Inc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2억4200만달러(약 3545억원·평균 환율 1465.16원 적용)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억5400만달러(2337억원)의 영업이익에서 적자로 돌아섰다고 6일(한국시간) 공시했다. 2024년 2분기 이후 7개 분기만의 적자이자 2021년 4분기 영업손실 약 4800억원 이후 4년3개월 만에 분기 최대 손실을 냈다. 1분기 손실 규모만 지난해 쿠팡Inc가 올린 연간 영업이익(약 6790억원)의 절반이 넘는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신장한 85억400만달러(약 12조4597억원)였다. 다만 지난해 4분기(약 12조8103억원)에 이어 2개 분기 연속으로 전 분기 대비 감소세를 이어갔다. 또 1분기 매출 증가율은 쿠팡이 2021년 미 뉴욕증시에 상장한 이래 최저치로, 처음으로 두 자릿수 분기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전 분기 최저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기록한 14%였다.
이 같은 경영 성적표는 월가 애널리스트 전망치에도 크게 못 미친다. 앞서 블룸버그는 쿠팡Inc의 1분기 매출을 85억1100만달러, 영업손실은 3927만달러 수준으로 각각 전망했으나 매출은 이보다 소폭 떨어지고 영업손실은 예상보다 5배 이상 늘었다. 김 의장은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응해 발행한 일회성 고객 구매이용권의 영향이 대부분 1분기 실적에 반영됐고, 유휴 설비와 재고유지 비용 부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쿠팡은 지난 1월15일부터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본 고객 3370만명을 대상으로 1인당 5만원 상당의 구매이용권을 약 1조6850억원(12억달러) 규모로 3개월간 지급했다.
사업별 수익성도 저하됐다. 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등을 담당하는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 매출은 71억7600만달러(약 10조5139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고정환율 기준 5%) 늘었으나 지난해 4분기(12%)보다는 성장률이 떨어졌다. 프로덕트 커머스 조정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3억5800만달러)은 같은 기간 35% 감소했다.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 고객도 239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늘었으나 지난해 4분기(2460만명)와 비교해서는 70만명가량 줄었다. 프로덕트 커머스 고객의 1인당 매출은 300달러(약 43만9540원)로 전년(294달러·약 42만7080원) 대비 3% 상승했다.
대만 로켓배송·파페치·쿠팡이츠 등 성장사업 부문 매출은 13억2800만달러(약 1조9457억원)로 전년 10억3800만달러(1조5078억원) 대비 28%(고정환율 기준 25%) 신장했다. 반면 성장사업 조정 EBITDA 손실은 3억2900만달러(약 4820억원)로 전년 1억6800만달러(약 2440억원) 대비 96% 불어났다.
김 의장은 "4월 말 기준 탈퇴 회원의 재가입과 신규 회원 가입 증가로 사고 이후 감소한 와우 회원 수의 약 80%를 회복했다"면서도 "근본적인 회복세를 온전히 반영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회복을 넘어 사업 구축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며 "고객 경험 향상을 위해 로켓배송 상품군을 확대하고, 물류와 배송 네트워크 등에 자동화와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서비스 수준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 쿠팡 제공
일부 '탈팡' 회원이 돌아오고, 일회성 비용 부담을 상쇄하더라도 쿠팡이 처한 환경은 여전히 험난하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경찰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서울본부세관, 국세청 등 10곳이 넘는 정부 기관이 쿠팡의 사업 전반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이들 발표 결과에 따라 제재가 추가될 수 있어서다.
앞서 쿠팡은 2022년 3분기 영업이익 1037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이후 알고리즘 조작 문제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징계를 받아 이를 실적에 반영하면서 2024년 2분기 영업손실 342억원을 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도 쿠팡을 겨냥한 규제망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공정위가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동안 쿠팡 법인으로 돼 있던 쿠팡의 동일인(총수)을 자연인인 김범석으로 변경했다.
김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면서 향후 본인은 물론 친족과 임원 등 특수관계인 거래 공시, 사익편취 및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 지배구조 전반을 정부가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만일 쿠팡이 계열사 현황이나 주주 명부 등의 공시를 누락할 경우 또 다른 사법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지배구조부터 영업과 물류 등 경영 전반을 정부가 사실상 '현미경'처럼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이 때문에 회사 경영과 사업 운영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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