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팔라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팔 기름이 없습니다."
서울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씨(55)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장기화하면서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 가격 통제로 싼값에 기름을 팔아야 하는 정유사가 물량 제한을 걸면서 주유소 재고가 사실상 바닥난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재 확보 가능한 물량이 과거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정유사는 손실 보전이라도 받지만 주유소는 비싸게 판다는 비난만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적용된 4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오는 7일 만료를 앞두고 있다. 정부가 직접 석유 시장 가격에 개입한 건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29년 만이다. 중동 사태에 따른 유가 급등 국면에서 물가 불안과 민생 고통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단기 처방으로서의 성과는 분명했다. 급등하던 유가를 눌러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ℓ당 1927원까지 치솟던 휘발유 평균 가격은 1차 고시로 1819원까지 내려갔다. 극심하던 주유소 대기 줄도 사라졌다. 다만 가격을 인위적으로 눌러 놓은 탓에 석유류 소비가 줄지 않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나날이 불어나는 정유사 손실 보전액도 부담이다. 현재 정유업계가 추산하는 보전액은 3조원 이상으로 정부 전체 예비비 4조2000억원의 약 70%에 달한다. 손실보상 기준을 놓고 정부와 정유업계 입장차도 큰 상황이다. 정부는 생산 원가 기준 보전을 원칙으로 하는 반면, 업계는 제품 가격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정책 당국 역시 이 같은 우려를 인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는 (최고가격제가) 마뜩지 않은 대책"이라며 "중동 전쟁이 종료되거나 유가가 안정되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종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시장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책임 있는 퇴장'을 논의해야 한다. 그렇다고 정책을 하루아침에 철회하는 것도 해법은 아니다. 고유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최고가격제를 종료할 경우 억눌러 왔던 석유 제품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파키스탄에서는 2022년 2월부터 5월까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정부 고시가격으로 동결했는데, 정책 종료 후 휘발유 가격이 ℓ당 149.9루피에서 248.7루피로 66% 급등한 바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연착륙 전략'이다. 가격을 억누르는 힘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을 다시 정상적인 궤도 위로 올려놓는 힘이다. 정책의 성패를 따지는 단계를 넘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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