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이 지난달 27일부터 개시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코로나 피해 1차 지원금 지급이 사태 발생 후 4개월이 지난 2020년 5월에 지급된 전례와 비교하면, 이번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결정됐다는 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추진력이 높게 평가된다.
아마도 세계 정부 중에서 이란 전쟁으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에 대해 우리 정부만큼 빠르게 재정지원을 단행한 국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이 지원금이 초과세수로 조성됐을 뿐만 아니라 2차 추경의 가능성으로도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로 인해 예상되는 약 27조원의 초과세수에 기초해 3월에 편성한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으로 지원금을 조성했다. 올해 반도체 슈퍼 사이클로 인한 초과세수 규모는 정부의 당초 예상치 27조원을 크게 넘어 최대 7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초과세수를 사용하는 방안으로는 다음 네 가지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고유가 피해 지원금, 둘째 국채 상환과 교부금 정산, 셋째 양극화 대책과 산업구조조정 재원, 넷째 연구개발 지원 확대.
이 네 가지 중 고유가 피해 지원금으로 사용하는 방안은 재정 규율을 위배하는 동시에 경제적 생산성이 가장 낮은 선택이라고 할 것이다. 또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현 정부가 정치적으로 내린 선택으로 해석될 소지도 부정할 수 없다.
국채 상환과 교부금 정산은 국가재정법 제90조에 따라 세계잉여금의 30% 이상을 국채원리금 상환 등 채무 감축에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재정규율에 대한 적합성이 가장 높은 선택이다. 다만 경제적 생산성이 낮다는 결함이 있다. 한편 양극화와 산업 구조조정의 재원으로 사용하는 방안은 재정규율 적합성은 낮으나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절실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가 외면해 왔던 국가 과제 해결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 끝으로 연구개발비 지원은 인공지능(AI) 산업혁명이 급속하게 진행되는 차제에 과학기술의 대도약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제약요소는 경제활동인구와 취업자수가 2027년을 정점으로 감소 기조로 전환함으로써 잠재성장률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한 '2025~2029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2025년 1304조원에서 2029년 1789조원으로 4년간 무려 404조원이 증가함으로써, 국가채무의 대 국내총생산(GDP) 비율이 2025년 49%에서 2029년 58%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점검보고서도 우리나라 일반 정부부채의 대 GDP 비율(D2) 전망치가 올해 56.7%에서 2028년 60.9%, 2030년 64.3%로 급등하는 심각성을 제기한 바 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데이터 센터 투자 붐이 2028년부터는 식을 가능성이 크며, 그 결과 미국 경제성장이 후퇴하고 이에 따라 세계 경제의 침체국면이 2028년 또는 2029년 시작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 전망은 현 정부의 종반부에 경제와 재정 상황이 악화할 위험이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이런 전망들을 고려해볼 때, 초과세수 사용방안으로 고유가 지원금의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이번 1차 추경으로 그쳐야 한다. 그런 다음 최우선 순위로 국채 상환과 교부금으로 사용하고, 차순위로 양극화와 구조조정 재원, 그리고 연구개발 지원 확대를 단계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최선이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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