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시장 성장의 수혜 업종으로 꼽히던 초소형 전기차가 규제 장벽에 가로막혀 멈춰 섰다. 안전 기준은 강화됐지만 중량 규제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제조·판매사의 비용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업계에선 중량 기준을 현실화하는 등 규제 체계 전반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소형전기차 이미지. 아시아경제DB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에서 영업 중인 초소형 전기차 제조·판매사는 5개사다. 2016년 3개사에서 출발해 한때 11개사까지 늘었으나 상당수가 회생절차나 폐업을 거치며 시장에서 이탈한 결과다.
판매량도 급감했다. 2022년 2100대를 넘어섰던 판매량은 2023년 319대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안전 기준 강화와 자동차전용도로 주행 제한 등이 겹치며 시장 위축을 가속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핵심 원인으로 '중량 규제'를 지목한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초소형 전기차는 자동차로 분류돼 승용차(600㎏ 이하), 화물차(750㎏ 이하), 특수자동차(1100㎏) 기준을 적용받는다. 충돌 안전성, 잠김방지제동장치(ABS), 에어백 등 일반 자동차 수준의 안전 기준은 그대로 지켜야 한다. 높은 안전 사양을 충족하면서도 제한된 중량을 맞춰야 하는 구조 탓에 설계상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기술 개발도 더딘 상황이다. 배터리까지 총중량 기준에 포함되면서 주행거리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인 배터리 용량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초소형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은 10~15kwh(킬로와트시) 수준으로, 시속 50~60㎞ 기준 1~2회 운행 후 충전이 필요하다. 추가 배터리 탑재나 장거리 주행 옵션 확대가 사실상 제한되면서 상품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최소한 안전 기준에 맞춰 국내 중량 기준도 함께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초소형 승용·화물·특수자동차의 중량을 현행 대비 100㎏씩 상향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유럽의 경우 초소형 화물·특수차 총중량을 최대 1840㎏까지 허용하고, 배터리 등 일부 구성 요소를 중량 산정에서 제외해 기술 개발 여지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자동차 수준의 안전 기준을 적용하면서도 중량 규제는 엄격하게 유지해 산업 경쟁력을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업계의 의견을 접한 뒤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정식으로 개선을 건의할 방침이다. 옴부즈만은 다양한 모듈 개발과 상품성 향상을 위해 중량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의견을 전달하고, 지속적으로 협의해 개선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최승재 옴부즈만은 "각종 규제로 전기차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며 "중량규제를 비롯해 전기차 산업의 경쟁을 떨어트리는 각종 규제를 더 살펴보고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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