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필 지휘' 라하브 샤니 "조성진, 자신의 목소리 지닌 훌륭한 연주자"

뮌헨필 3년만에 내한…5~9일 서울·인천 공연
조성진, 베토벤 1번·프로코피예프 2번 협연

"조성진은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가진 피아니스트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기교적인 역량뿐 아니라 자신만의 목소리를 지난 연주자라고 생각한다."


오는 9월 독일 명문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취임하는 라하브 샤니는 내한 공연에서 협연할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이같이 평했다. 샤니는 5일부터 조성진이 협연하는 뮌헨 필하모닉의 내한 공연을 지휘한다. 공연은 5~6일 예술의전당, 8일 아트센터인천, 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5일 공연에서는 모차르트 '후궁으로부터의 유괴' 서곡,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6·8·9일 공연에서는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연주한다.

샤니는 4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성진이 협연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성격이 완전 다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은 매우 강렬하고 고도의 기교를 요구하는 곡인 반면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은 아주 가볍고 서정적이면서 프레이징이 중요한 곡"이라며 "조성진은 전혀 다른 성격의 이 두 곡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기량의 피아니스트"라고 말했다.


샤니는 자신의 뮌헨 필하모닉 데뷔 무대에서 조성진과 호흡을 맞춘 인연도 소개했다. 샤니는 2022년 9월 지휘자로서 뮌헨 필하모닉에 데뷔했으며 당시 조성진이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했다. 샤니는 "조성진은 오케스트라에 긍정적인 에너지와 풍성한 감정들을 주는 피아니스트"라며 "조성진과의 연주는 언제나 즐거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플로리안 비간트 대표(왼쪽)와 오는 9월 상임지휘자로 취임하는 라하브 샤니가 4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빈체로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플로리안 비간트 대표(왼쪽)와 오는 9월 상임지휘자로 취임하는 라하브 샤니가 4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빈체로


샤니에 앞서 뮌헨 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는 러시아 출신의 발레리 게르기예프였다. 뮌헨 필하모닉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니아 침공 직후 게르기예프를 해임했다. 샤니의 취임으로 4년 여 만에 새로운 상임 지휘자를 맞이한다. 게르기예프가 해임 당시 70세를 앞둔 노장이었다면 샤니는 1989년 이스라엘 텔아비브 출신으로 아직 40이 되지 않은 젊은 지휘자다.


뮌헨 필하모닉의 플로리안 비간트 대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자선 음악회가 샤니를 상임지휘자로 영입한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침공 직후인 2022년 3월 뮌헨을 대표하는 3개 악단인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뮌헨 필하모닉, 바이에른 국립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은 뮌헨의 이자르 필하모니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자선 음악회를 열었다. 당시 공연을 샤니가 지휘했고 '바이올린 여제' 안네 소피 무터가 협연했다.

비간트 대표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자선 음악회에서 처음 샤니 지휘자와 연주했다"며 "공연 이후 단원들 사이에서 그가 차기 상임지휘자가 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이 많았고, 안네 소피 무터의 추천도 있었다"고 말했다.


샤니는 4년 전 뮌헨 필하모닉과 처음으로 연주할 때부터 뮌헨 필하모닉의 사운드에 강하게 매료됐다고 말했다.


"뮌헨 필하모닉은 아주 오래된 전통과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에 대한 자긍심을 가진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한다. 뮌헨 필하모닉은 깊이 있고 풍성한, 고유의 독특한 독일 사운드를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많은 교향악단의 소리가 비슷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오케스트라가 고유의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뮌헨 필하모닉은 호기심도 많아 고유의 사운드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나 실험을 계속 한다. 한 가지 방식만을 고수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점은 제가 지향하는 음악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피아니스트 출신인 샤니는 2013년 구스타프 말러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지휘자로서 입지를 다졌다. 2018년부터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2020년부터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도 맡고 있다.


샤니는 지난해 9월 벨기에 플란데런(플랑드르) 헨트 축제 공연 취소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때였다. 헨트 축제 측은 샤니가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명확한 정치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샤니와 뮌헨필의 공연을 취소했다.


샤니는 "평화와 화해를 지지한다는 입장은 이미 밝혀왔다"며 "특정한 표현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연을 취소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라고 헨트 축제 측을 비판했다.


그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며 "필요하다면 나 역시 목소리를 내지만,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공연이나 관객이 이용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가에게 정치적 입장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어떤 예술가에게도 이런 방식의 압박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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