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B 수석 이코 "韓, 중동충격 크다…반도체 감안해도 성장률 하향"

앨버트 박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간담회
"중동전쟁, 올해 韓 성장률 0.9%P 떨어뜨릴 것"
중동 충격 영향 직전 전망 대입 시 1.0% 성장 그쳐
다만 반도체·추경, 성장 하방 압력 일부 상쇄
원화 국제화, 통화와 국채의 국제화 함께 고려해야

"중동 전쟁 영향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올해 약 0.9%포인트, 내년 약 0.5%포인트 떨어뜨릴 것이다."


앨버트 박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4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ADB 연차총회 현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

앨버트 박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4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ADB 연차총회 현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


앨버트 박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4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ADB 연차총회 현장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은 역내 다른 경제보다 수입 석유와 가스에 더 의존하고 있다. 중동 전쟁과 관련해 아시아·태평양 개발도상국 전체보다 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올해 유가 배럴당 96달러 전망…'물가 상승→금리 인상' 성장 둔화 가속화

박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중동 전쟁 전개 양상을 반영, 새로운 가격 기대를 활용한 '새 기준 시나리오'를 발표했다"며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각각 0.9%포인트, 0.5%포인트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은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96달러, 내년 배럴당 평균 80달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결과"라고 짚었다. 이는 ADB의 중동 전쟁 전 전망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 등 타 기관 전망 대비 높은 수준이다. 그는 "이 시나리오에서는 물가가 매우 높아지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는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이며, 이 역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ADB는 지난달 10일 '2026년 4월 아시아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 경제가 1.9%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1.9%로 예상했다. 여기엔 중동 전쟁 초반인 지난 3월10일까지의 상황만이 반영됐으며 중동 갈등이 한 달 안에 조기 안정화된다는 가정이 전제됐다. 여기에 ADB의 새 기준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올해와 내년 중동 충격에 한국 경제성장률이 이론적으로 각각 1.0%, 1.4%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앨버트 박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4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ADB 연차총회 현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

앨버트 박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4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ADB 연차총회 현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


에너지 인프라 손상…유가, 전쟁 끝나도 더 오래 더 높은 수준에

이번 ADB의 중동 충격 영향 분석의 핵심은 분쟁이 끝나더라도 한동안 높은 유가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가가 더 오래, 더 높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기대를 감안할 때 역내 성장에는 더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물가에는 더 상승 압력이 나타날 것이라는 게 박 이코노미스트의 예상이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입 석유와 가스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한국의 영향이 클 것이라는 얘기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 액화 능력의 17%가 폭격의 영향을 받으며 에너지 인프라에 손상이 초래됐고, 그 결과 이용 가능한 에너지 공급이 제한됐다"며 "카타르 라스라판 시설은 피해가 커 복구에 3~5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천연가스 공급의 상당한 부분이 꽤 오랫동안 회복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는 실제로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는 능력 자체가 파괴된 데서 오는 충격으로, 단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에너지를 운송할 수 없게 됐다는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고려해도 韓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될 것"

다만 이는 중동 전쟁 충격의 영향만 반영한 것으로 1분기 확인된 강력한 반도체 사이클, 지난달 10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정부의 정책 대응 등의 효과는 포함하지 않은 결과다. 직전 전망(1.9%) 당시 반영되지 않았던 이 요인들이 중동 전쟁에 따른 하방 압력을 어느 정도 방어해줄 것이란 분석이다. 경기 상하방 리스크를 모두 포함한 ADB의 성장률 전망은 오는 7월께 업데이트된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수치에 아직 반영되지 않은 '예상보다 강한 반도체 사이클'을 감안해도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은 1.9%를 밑돌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AI와 반도체에 대한 높은 수요가 계속되는 긍정적 영향이 현실화한다면 중동 위기로 인한 성장의 부정적 영향을 일부 상쇄할 것"이라면서도 "중동 분쟁과 관련된 성장 전망 하향 폭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예상보다 좋은 반도체 실적을 고려해도 ADB의 성장률 추정치는 여전히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이어 "반도체 역시 중동에서 수입되는 투입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분쟁이 장기화하면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 호황이 가져오는 성장 효과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엔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화 국제화, 통화와 함께 국채 국제화 고려해야

한편 한국이 원화 국제화를 진전시키기 위해선 통화 자체의 국제화와 국채의 국제화를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한국 국채는 이제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됐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가 한국 국채를 유동성이 높고 신뢰할 수 있는 자산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라며 "한국 기업이나 은행들이 대차대조표에 막대한 한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이 한국 국채가 장중 또는 익일의 국경 간 거래에서 담보로 활용될 수 있다면, 글로벌 투자자 관점에서는 통화와 국채를 짝으로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원화가 상품과 서비스 거래 수단뿐 아니라 금융거래에서도 더 많이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마르칸트=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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