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을 이용한 한 승객이 비행 중 천장에서 쏟아진 '정체불명의 액체'에 온몸이 젖는 날벼락을 맞았다. 더구나 해당 승객은 항공사 측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수치심을 느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3일(현지시간) 미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최근 휴스턴에서 시카고로 향하던 유나이티드 항공편에 탑승했던 케빈 글로버(39)는 자신이 비행 중 겪었던 수모를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다. 글로버가 공개한 영상에는 좌석에 앉아 있는 그의 야구 모자 위로 정체불명의 액체가 흘러내리고, 이 액체는 다시 모자에서 흘러내려 옷 앞면까지 튀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머리부터 속옷까지 완전히 흠뻑 젖었다"며 "창피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글로버는 이 액체가 "비행시간 내내 계속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기내 천장에서 떨어진 정체불명의 액체로 흠뻑 젖은 승객의 모습. 케빈 글로버 인스타그램 캡처.
사건은 이륙 전 대기 상태에서 시작됐다. 그는 비행기가 게이트에 머무는 동안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머리에 물방울이 튀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 이윽고 비행기가 활주로로 이동하자 물방울은 곧 물줄기로 바뀌며 쏟아졌다. 흠뻑 젖은 글로버는 참다못해 호출 버튼을 눌러 승무원을 불렀지만, 한참 동안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마침내 승무원 한 명이 왔으나 그에게 종이 타월을 건네준 것이 대응의 전부였다. 이후 승무원들은 천장 틈새에 냅킨을 끼워 넣어 막으려 했지만, 임시방편으로 막았던 냅킨 마개가 무너지면서 안에 갇혀 있던 액체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말았다. 이어진 20초간의 '폭우'는 글로버의 후드티, 바지, 속옷을 흠뻑 적셨고, 심지어 그의 삼성 휴대전화까지 심하게 젖고 말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휴대전화가 무사한 게 신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여러 차례 물벼락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승무원들은 그에게 다른 자리로 옮겨주겠다는 제안을 하지 않았다. 시카고에 착륙한 후, 승무원들은 글로버에게 게이트 직원에게 문제를 제기하라고 권했을 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탑승교를 걸어 이동하는 동안 여러 사람은 그를 빤히 쳐다보고 휴대전화로 촬영하기까지 했다.
결국 글로버는 불만 접수 양식을 작성해 항공사에 제출했다. 이에 유나이티드 항공은 다음 날 그에게 전화해 해당 구간 항공편에 대한 167달러(약 24만원) 환불과 디지털 항공권 크레딧만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글로버는 전체 여정에 대한 환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를 거절했다.
글로버는 이 사건에 대해 유나이티드항공이 보인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 그는 "나는 무시당했고, 조롱당했고, 젖었고 굴욕감을 느꼈다"라며 "천장에서 물이 새는 게 마치 내 잘못이고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처럼 취급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승객이 안전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영상을 공유했다"며 "승객들은 비행기를 탈 때마다 명확한 소통과 안전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항공사 측은 해당 액체가 기내 에어컨 결로 현상으로 인해 만들어진 수분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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