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축구팀이 이달 중하순께 한국을 찾는다. 오는 20일 경기 수원시에서 열리는 국제 축구대회 4강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북한 인사들이 스포츠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한 것은 2018년 12월 탁구 단일팀이 마지막이었다. 남북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가운데 이번 축구 경기를 계기로 8년 만에 대화의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2025년 11월15일 미얀마 양곤에서 AWCL ISPE(미얀마)와의 경기를 마친 뒤 팬들에게 인사하는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2026.5.4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4일 통일부와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오는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경기를 치르기 위해 방한할 예정이다. 상대는 한국의 수원FC위민이다. 한국을 비롯해 북한, 일본(도쿄 베르디 벨레자), 호주(멜버른 시티FC)가 4강에 진출했는데, 준결승에서 남북 맞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다만 이번 북한 여자축구팀의 방남은 국가대항전이 아닌 민간이 주최하는 개별 축구클럽 간 경기인 만큼, 지나친 정치적 의미 부여는 자제하는 분위기다. 통일부 당국자는 "8년 만에 방문하는 북한 선수단을 환영한다"면서도 "순수 민간 경기란 점에서 참가하는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차분하고 편안한 경기 운영이 되도록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해당 경기를 직접 관람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통일부 당국자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참가팀 공식 입국일은 오는 17일이다. 북한 축구팀은 17일 오후 2시15분께 베이징발 여객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올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AFC측에서 마련한 수원시의 한 호텔에서 머무를 예정인데, 준결승전 상대인 수원FC위민 선수단과 숙소를 사용하게 된다.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장소가 수원으로 일찍이 결정되면서 북한팀의 방남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한국을 찾지 않고 경기를 포기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북한은 예상을 깨고 참가 여부 신청 시한이 임박해 참가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선수 27명(예비선수 4명 포함), 스텝 12명 등 총 39명의 명단을 주최 측에 통보했다고 한다.
준결승에서 승리를 거둔 팀은 오는 23일 오후 2시 결승전을 치르게 된다. 만약 북한팀이 결승까지 진출할 경우 약 일주일간 한국에 체류하게 되는 셈이다. 참가국 선수들은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훈련하게 되는데, 남북 선수들이 훈련장을 오가며 마주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월29일 여자축구팀의 준결승 진출 사실을 보도하며 대내에 알리기도 했다. 북한 여자축구단은 국제무대에서도 강팀 중 하나로 평가되는데, 평소 스포츠 애호가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체육 강국 건설'을 주요 과업 중 하나로 내세우며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는 평가다. AFC가 주최하는 여성 챔피언스리그는 행사 연혁은 2년 차에 불과하지만, 우승 상금이 100만달러(약 14억7000만원)에 달한다. 준우승 상금은 50만달러다. 반면 준결승에 진출하고도 경기를 포기할 경우 일정액 벌금을 내야 한다. 북한은 막판까지 참가 여부를 고심하다 다른 4강 진출국보다 다소 늦게 참가 의사를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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