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저가항공 상징 '스피릿', 34년만에 퇴장…고유가 파장

'스피릿 효과' 만든 美저가항공사
초저가 모델로 운임 낮추는 효과
장기적으로 운임 상승 가능

두 달간 지속된 중동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100달러대로 치솟으면서 미국 저가 항공사가 34년 만에 영업을 종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충격에서 회복되기도 전 고유가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스피릿항공 소속 여객기들이 할리우드국제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스피릿항공 소속 여객기들이 할리우드국제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초저가 요금제를 앞세운 저가 항공사인 스피릿 항공은 지난 2일 영업 종료 소식을 발표했다. 남은 항공편은 일괄 취소되며 고객 서비스도 더는 운영되지 않는다.


직원들 역시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게 됐다. 회사의 고용 인원은 정규직·비정규직 합산 기준 1만7000여명에 달했다.

사측은 과거 두 차례 파산을 겪은 상태로 이번 미국·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항공 운항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성명에서 "34년간 초저가 모델이 업계에 미친 영향에 자부심을 느낀다. 앞으로도 고객을 계속 서비스하기를 희망했다"고 밝혔다.


숀 더피 미 교통부 장관은 유나이티드·델타·제트블루·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일정 기간 스피릿 항공 예약 확인서를 가진 승객들에게 편도 200달러의 항공편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항공사들은 이 회사가 운항을 중단하면서 공항이나 타지에 발이 묶인 승객과 직원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스피릿 항공의 파산을 막기 위해 정부 구제금융을 검토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피 장관은 "정부가 항상 5억달러를 즉시 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피릿 항공은 공항에서 다른 항공사 운임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스피릿 효과(Spirit effect)'라고 불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짚었다. 운영이 축소된 상태에서도 이 회사는 시장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로버트 만 항공 업계 컨설턴트는 "저가 구간에서 시장 가격이 형성되는데, 스피릿이 사라지면 다른 항공사들이 가격을 올리기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일각에선 스피릿 항공이 최근 운영 규모를 많이 축소했고 2년 사이 두 번째 파산한 상태였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마이클 보이드 보이드 그룹 인터내셔널 항공 컨설턴트는 "운항이 중단될 시점에서 스피릿은 더 이상 주요 플레이어가 아니었다"며 "항공기 절반이 운항하지 않고 매각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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